롯데는 대표적인 '한 방' 팀이다. 로이스터(60) 전 감독 시절 이대호와 홍성흔, 가르시아 등 장타력이 있는 선수들을 앞세워 2008년부터 세 시즌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양승호(52) 롯데 감독은 지난 시즌 부임 후 팀의 변화를 추구했다. 무작정 한 방을 기다리기보다는 작전을 통한 세밀한 야구를 구사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롱 볼' 야구의 그림자를 벗어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시즌 초반 부진에 비난이 일자 양 감독은 기존 스타일로 회귀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양 감독은 "선수들이 한 방에 익숙해 번트도 제대로 대지 못하더라. 잦은 실패에 제대로 된 작전을 펼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올 시즌 이대호(30·오릭스)가 일본으로 떠나자 양 감독은 다시 한 번 변화를 추구했다. "세밀한 작전과 기동력의 야구를 펼치겠다"며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맹훈련을 실시했다. '롱 볼' 야구에 익숙한 팬들은 롯데의 변화에 또다시 물음표를 달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롯데는 달라졌다. '롱 볼'은 분명 아니지만 그렇다고 '스몰 볼'도 아니다. 그 중간의 위치에서 선수들이 제 기량을 뽐내고 있다.
롯데는 12일까지 4경기를 치르면서 총 49안타(경기당 12.25개)를 때려내 8개 구단 가운데 최다 안타를 기록 중이다. 반면 홈런은 7일 사직 한화와의 개막전에서 조성환이 류현진을 상대로 뽑아낸 솔로 홈런이 유일하다. 그렇다고 장타가 실종된 건 아니다. 장타율 0.405로 넥센(0.412)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12일 잠실 LG전에서 장타가 나오지 않아 순위가 떨어졌지만 앞선 3경기까지 장타율 1위는 롯데였다. 조성환의 2루타 2개를 포함해 총 6개의 2루타가 나왔고, 박종윤은 지난 11일 잠실 LG전에서 3루타를 뿜어냈다. 장타 대부분은 득점으로 연결됐다.
여기에 눈에 띄는 부분은 도루도 6개로 부문 1위에 올라 있다는 점이다. 전준우가 3개를 기록했고, 박종윤·문규현·황재균이 1개씩 성공했다. 아직 1번타자 김주찬이 1개의 도루도 기록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번 전준우와 빠른 하위타선이 기동력의 야구를 선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은 선수들의 변화다. 양 감독은 "작전을 당연히 내야 하는 상황에서만 작전을 지시한다. 그 외에는 선수들 스스로 만들어낸 플레이가 많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잠실 LG전 4-3으로 앞선 8회초 1사 2, 3루의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문규현은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다. LG 수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그사이 3루 주자는 홈을 밟아 추가점을 올렸다. 경기 후 문규현은 "수비가 뒤로 물러나 있어서 단독으로 시도해봤다"면서 "비시즌에 번트 연습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양 감독은 "초구에 하기엔 부담스러운 법인데 문규현이 스스로 해버렸다"고 칭찬한 뒤 "그 순간 머리에 있던 고민이 싹 없어졌다. 선수들이 알아서 변화하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을 좌우할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