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그룹 자전거 탄 풍경(이하 '자탄풍')의 세 멤버가 8년 만에 다시 만나 힘차게 패달을 밟는다.
자탄풍(강인봉·송봉주·김형섭)은 2004년 비공식적으로 해체했다. 2002년 영화 '클래식' 수록곡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대박을 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팀 멤버 사이에는 균열이 생겼다. 노래가 인기를 끌면서 스케줄이 많아졌고 지친 멤버들끼리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결국 송봉주가 독립을 선언하면서 자탄풍은 해체됐다. 8년 동안 강인봉과 김형섭이 '나무자전거'로 활동했고 송봉주는 '풍경'이란 이름을 내걸고 솔로가수로 무대에 올랐다. 가장 행복했어야 할 팀의 전성기에 팀을 깨뜨리는 과오를 범한 셈이다.
재결성의 계기는 의외의 순간 찾아왔다. 지난해 강인봉이 무대에 오르다 넘어져 7시간에 걸쳐 대수술을 받는 중상을 입었을 때였다. 떨어져 지내던 멤버들이 강인봉의 병실에서 재회했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팀의 재결성을 약속했다. 이렇게 다시 뭉친 자탄풍은 "이젠 죽을 때까지 함께 할 생각이다. 큰 인기보다는 잔잔한 사랑을 받으며 팬들과 함께 공연하면서 늙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최근 정규 3집 '예스터머로우'를 내고 돌아온 자탄풍 세 멤버를 만났다.
-잘나가던 시절 팀이 깨졌다.
"영화 '클래식'이 장외 홈런을 치면서, 들뜬 마음을 잘 추스르지 못한 것 같다. 자기 잘난 맛에 바쁜 활동을 이어가다가 결국 사이가 멀어졌다. 매니저도 없이 활동하면서 '싱어송매니저'라는 말이 따랐을 정도로 일에 치이면서 살던 시절이었다. 별것 아닌 일에도 오해가 생겼다."(강인봉)
-어떻게 다시 뭉쳤나.
"8년 동안 통화만 몇 번 했을 정도로 관계가 소원했다. 함께 작업할 계획을 세웠다가도 이상하게 다시 하려고 하면, 스케줄이 꼬이고 일이 틀어졌다. 그러다가 인봉 형이 무대에서 다리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한 일을 계기로 오해와 불신이 한꺼번에 날아갔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당연한 듯 '다시 뭉치자'고 손가락을 걸었다. 사실 처음엔 약간 서먹했다. 그런데 금새 예전처럼 서로 욕까지 섞어쓰는 편한 사이가 됐다."(송봉주)
-다시 뭉치고 난뒤 좋은 점은.
"초등학교 6학년 아들에게 부끄럽지가 않다. 아들이 방송에 나온 자탄풍을 보며 대뜸 '아빠, 자탄풍은 참 좋은 팀인 것 같아'라고 하더라. 요새 애들끼리 팀을 짜서 과학대회에 출전한다고 하던데, 자탄풍처럼 잘 하라고 했다.(웃음)"(김형섭)
"예전에는 음악적인 부분에서 양보가 없었다. 굉장히 까칠한 작업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이젠 양보하는 법을 배웠다. 개인이 아닌 자탄풍이라는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송봉주)
"예전엔 다들 공격수로 뛰길 원했다면, 이젠 알아서 수비도 보고, 미드필더로 내려가기도 한다. 좀 더 원활하게 팀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강인봉)
-어떤 앨범을 만들었나.
"유행 따라가려고 만든 음악은 억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청국장으로 유명한 집이 있는데 장사 안 된다고 메뉴를 바꾸면 되겠나. 포크 느낌 그대로를 살렸다. 전보다 나이는 더 들었지만, 오히려 더 순박한 음악을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강인봉)
-'예스터머로우'는 어떤 뜻인가.
"예스터데이와 투머로우의 합성어다. 어제·오늘·내일은 반복일 뿐이다. 내일 일이 어제 이야기가 돼 있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간다. 그 안에서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가사의 테마는 '힐링'이다. 한국 사회에서 치유돼야 할 부분이 많다. 화가 많이 쌓인 분들이 이 음악을 듣고 열을 좀 식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김형섭)
-댄스 음악에 길들여진 10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은.
"요즘 10대들을 보면 참 안됐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안아드립니다'라는 곡은 '100마디 말보다 한 번 안아주는 것이 더 따뜻할 수 있다'는 마음을 담은 곡이다. '태오에게'란 곡은 학업·진로 등으로 고민이 많은 청소년에게 '지금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이야기 하는 곡이다."(송봉주)
-후배 버스커버스커가 '자탄풍'에게 존경의 뜻을 전했다.
"정말 '땡큐'다. 10년 전 쯤에 ''자탄풍'의 영향을 받아서 음악을 시작했다는 후배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정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역시 오래하고 볼 일이다. 버스커버스커와는 어떤 식으로든 함께 해보고 싶다. 합동 공연도 좋고, 공연 게스트도 재미있을 것 같다."(강인봉)
-요즘 해외 포크 음악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포크 뮤지션의 내공이 떨어진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거품이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 포크음악을 장식품처럼 여기는 것 같다. 요즘 음악 듣는 분들을 보면, 음악을 공부하듯이 듣는다. '포크를 배우려면 어떤 곡부터 들어야할까요'라고 묻는데 황당하다. 음악은 멋도 아니고 공부할 대상도 아니다. 취향 따라 골라 듣고 즐기면 된다."(강인봉)
-다시 한 번 대박을 치고 싶은 욕심은 없나.
"일본 뮤지션 중에 '내 음악으로 1000명만 만족 시키면 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마니아 1000명만 있으면 하고 싶은 음악하고, 공연하면서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도 그렇다. 너무 성공하면 탈이 날 수 있다는 것은 8년 전에 배웠다. 뮤지션이 음악을 하면서 먹고 살 정도면 얼마나 좋나."(강인봉)
-또 결별할 가능성도 있나.
"이젠 죽을 때까지 가야하지 않겠나. 8년 전에는 멤버들이 유닛 활동을 한다고 하면 눈에 쌍심지를 켰다. 근데 이젠 누가 다른 일을 시작해도 격려를 해주는 분위기가 된 것 같다. 우리의 진짜 집이 '자탄풍'이라는 점만 꼭 기억하자고 했다. 음악 인생의 마지막 날까지 함께하고 싶다."(송봉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