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 아이스링크. '제 2의 김연아'를 꿈꾸는 어린 여자 피겨 선수들이 긴 다리를 쭉 뻗고 링크를 돌고 있다. 휴일을 맞아 스케이트를 타러 온 대학생들도 여기저기 보인다.
링크 가운데선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SOK)가 주관하는 피겨스케이트 무료 강습회가 열리고 있다. 참가한 선수들은 모두 여섯 명. 이태리 SOK 기술위원이 두 팔을 벌리고 앞으로 나가는 동작을 시연하자 선수들이 일제히 따라 한다. 광운대 아이스하키 클럽 팀 코치인 박재형씨는 빙상계 선배 이 위원의 부탁으로 보조 코치로 강습회에 참가하고 있다. 박 코치는 "지적장애 선수들이라 처음엔 불안했는데 생각 외로 잘 따라 하고 있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강습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가운데 일부는 내년 1월 26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제10회 동계 스페셜올림픽 대표로 출전한다. 채지석 SOK 사무국장은 "수준급 기량인 선수들은 이미 있다. 다른 지적장애인에게도 스페셜올림픽 출전 기회를 열어주자는 게 강습회 취지"라고 말했다. 선수 여섯 명 가운데 세 명은 상암고 특수반 재학생, 나머지 세 명은 20대다. 가장 연장자는 호산나대학 사회복지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송영민(26)씨다. 송씨는 2001년 미국 앵커리지, 2005년 일본 나가노 겨울 스페셜올림픽에 참가했다. 발달장애를 안고 있는 송씨는 말수가 적다. 하지만 나이가 어린 다른 참가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했다.
KOC는 1978년 설립됐지만 사단법인화는 2008년에야 이뤄졌다. 링크장을 찾은 송씨의 어머니 홍윤진씨는 "2000년대만 하더라도 선수 가족이 자비를 들여 대회에 참가해야 했다. 지금은 그래도 환경이 좋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둘째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발달장세 증세가 있음을 알게 됐다. 홍씨는 "상심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키우려 했다"고 말했다. 홍씨 가족은 1995~1998년 독일에서 생활했다. 독일에서의 경험은 가족에게 용기를 줬다. 홍씨는 "독일에서는 장애 학생 1인당 한 명이 따라붙어 사회 적응을 돕는다"고 말했다. 사회의 배려가 뒷받침된다면 지적장애인도 보다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홍씨는 "가족이 먼저 긍정적이 돼야 한다. 다운증후군 환자는 지능이 낮지만 사회성이 좋다. 발달장애인은 그 반대다. 일반 자녀들도 활발하거나, 내성적인 차이가 있지 않나. 그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하게 여성 선수인 이현정씨는 "인라인스케이트 경험은 있지만 피겨는 처음"이라며 "무척 재미있다. 그리스 아테네 대회에 참가했는데, 평창 대회에도 꼭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상암고 졸업생인 이씨는 현재 모교에서 서무보조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박봉이지만 자기 힘으로 돈을 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옆에 있던 추원식씨는 "나는 서울시 농구 대표로 금메달을 딴 적도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스페셜 올림픽 참가에 대해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