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직원들의 잇단 뇌물수수로 ‘클린 LH’라는 구호를 무색케 하고 있다. LH공사는 올해들어 청렴기획단을 발족시키는 등 ‘클린 경영'을 추구해왔다.
광주지방검찰청 강력부(부장검사 이상억)는 ‘공사 수주를 대가로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아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LH공사 전직원 이모(41)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건설업자 송모(43)씨로터 2010년 1월 차명계좌로 500만 원을 받는 등 14회에 걸쳐 총 565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또한 그는 송씨에게 ‘LH공사가 발주하는 공사를 수주받게 해주고, 송씨 회사가 보유중인 소일네일(Soil Nail) 공법 기술을 방음벽 공사설계에 반영해 주겠다’며 대가를 챙겼다. 이씨는 LH공사 보금자리본부 택지설계처 과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2월 퇴사했다.
LH공사는 지난 1월에도 분양대금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준 대가로 부동산업자로부터 뇌물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직원이 구속 기소됐다. 전 LH공사 차장 박모(49)씨는 정부가 발주한 관급사업 수주 등의 명목으로 현금 1000만 원과 45000만 원 상당의 승용차를 받아 챙긴 혐의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또 지난 3월에는 경기도 고양시의 도시시설지원용지를 시세보다 12억원이나 싸게 특정업체에 매각해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나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LH공사 직원들의 부정이 일시적이고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24일 구속된 이모씨의 행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씨는 송씨로부터 처음 뇌물을 받은 2010년 1월 이후 총 5850만 원의 뇌물을 챙겼을 뿐만아니라 같은 해 6월 송씨 회사의 법인카드를 받아 4개월 동안 총 1630만원을 사용하는 등 도덕불감증 행위를 일삼았다.
이씨는 이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에서 4개월 동안 총 6회에 걸쳐 820만 원을 사용했다. 하루에 170만원을 결재하는 등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유흥주점을 출입했다. 또 골프장에서도 일주일에 3번이나 사용하는 등 낙지·한우·삼겹살 등 회식은 물론 주유비, 자동차 수리, 마트 쇼핑까지 모든 생활비를 이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심지어 이씨는 주말과 휴일에 모텔에 드나든 것까지 송씨 회사 법인카드를 썼다. 광주지검은 이씨가 송씨의 회사 법인카드로 모두 2130만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LH공사는 이씨가 검찰의 수사망에 걸릴때까지 이런 정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LH공사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이뤄지기전까지 이씨의 비리를 몰랐다"며 "조직이 크고 사업장이 많다보니 자체 감사를 벌여도 적발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LH공사는 지난 달 30일 조직내 부패를 일소하기위해 감사실, 기획조정실, 건설관리처 11개부서 실무담당자로 구성된 'LH 청렴기획단'을 발족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