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인 유진그룹과 유경선 회장이 하이마트 경영정상화와 매각에 본격적으로 나섰으나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지는 불투명하다. 유 회장이 편법과 꼼수로 일관하고 있어 직원들마저 불신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열어 선종구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한 유 회장과 유진그룹은 30일 증권거래소에 하이마트 경영투명성 개선계획을 제출, “오는 6월 말까지 하이마트 매각이 불투명할 경우 지체없이 주주총회를 소집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이날 유진그룹이 제출한 경영투명성 개선 계획을 받아들여 ‘하이마트의 주식거래를 오는 2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동안 유경선 회장의 행보를 보면 하이마트가 시장의 신뢰를 쉽게 회복하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시의 한 관계자는 “하이마트 인수과정이나 선종구 회장 해임과정을 살펴보면 유경선 회장이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믿음을 심어줄 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유진그룹은 2007년 1500억 원을 제시한 GS그룹을 제치고 하이마트를 인수했다. 당시 매각 주간사는 “제시금액은 GS보다 낮았지만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한 유진그룹을 인수대상자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경선 회장과 유진그룹은 이면계약을 통해 선종구 회장 측에 뒷돈을 주기로 하고 하이마트 인수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져 배임증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지난달 임시 이사회에서 각자 대표이사인 선종구 회장을 해임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기소된 선 회장의 해임이 안건으로 상정된 이날 이사회가 정족수 문제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총 6명의 이사 가운데 선 회장과 4명의 사외이사는 참석했으나 정작 이날 이사회에서 선 회장의 해임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 유경선 회장이 나타나지 않은 것.
유 회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선 회장과 최정수 사외이사가 유 회장의 불참문제를 지적한 후 곧바로 자리를 떴다. 선 회장 측은 2명이 자리를 뜨면 3분의2 이상이 참석해야 하는 이사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선 회장 측이 자리를 떠난 직후 회의장 안에선 이사회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유 회장이 '아이패드'를 통해 화상회의로 이사회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하이마트 이사회 의장인 김상곤 고문은 “유 회장이 바쁜 일정이 있어 참여하지 못했다”며 “화상을 통한 이사회 참석은 회사 정관에 따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사회 정족수가 채워졌고, 선 회장 해임안은 찬성 3표, 반대 1표로 가결됐다. 모든 것은 5분도 채 걸리지 않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79억 원을 횡령하고 배임행위로 회사에 2400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끼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선종구 회장의 해임은 하이마트 경영정상화를 위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왜 유경선 회장은 선 회장의 해임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화상으로 참석하는 ‘꼼수’를 부렸을까.
하이마트의 한 직원은 이에 대해 “선 회장과의 이면계약을 통해 하이마트 대주주가 됐다는 약점이 있는 유경선 회장이 선 회장과 직접 대면하면 동반사퇴 공세를 피해갈 수 없다고 판단해 이사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하이마트 임직원들은 ‘선종구 회장뿐만 아니라 유경선 회장도 대표이사에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사회가 열린 날에도 하이마트 본사에서 집회를 열어 즉각 선종구 회장과 유경선 회장의 동반사퇴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