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기는 최근 군복무를 마치고 3년 만에 정규 앨범 '두 마리'를 내놓았다. 타이틀곡 '두 마리'는 88만원 세대를 사람이 아닌 '마리'로 만든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한 곡. '사람 사는 꼴이 아니다'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어 썼다. 배치기의 인생도 88만원 세대와 묘하게 닮았다. 20대 초반에 데뷔해, 제대하니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 벌어놓은 돈은 앨범 제작비로 몽땅 썼고 아직도 지하철을 탄다. 외제차를 끌고 하룻밤 술값으로 rl백만원을 펑펑 쓰는 톱스타 인생과는 거리가 멀다. '두 마리'는 고민이 많은 20대의 공감을 얻으며 발매와 동시에 음원 차트와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 차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배치기는 "우리도 지금쯤이면 엄청 성공해 있을 줄 알았다. 성공을 꿈꾸지만 발버둥 칠수록 점점 멀어져가는 88만원 세대의 심정을 담았다"고 말했다. 배치기의 새 앨범에는 '두 마리' 외에도 '콩깍지' '아는 남자' 등 총 5곡이 수록됐다.
-'두 마리'의 반응이 뜨겁다.
"88만원 세대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사는 꼴이 사람 같지 않다고 느끼는 젊은이들이 많다. 피에로가 얼굴은 웃고 있으면서도 속으로는 눈물을 흘리는 느낌이랄까. 88만원 세대들이 공감을 많이 한 것이 인기요인이라고 생각한다."(무웅)
-정작 본인들은 88만원 세대가 아니지 않나.
"우리도 엄청 성공한 그룹은 아니다. 어렸을 때는 이 정도 활동하면 집도 사고, 차도 사는 줄 알았다. 얼마 전 큰 맘 먹고 스쿠터를 장만하기 전까지는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다녔다. 가수라고 다 성공해 잘 살 줄 알지만 우리는 아니다. 88만원 세대와 고민의 뿌리는 같다."(탁)
-앨범 전체적으로는 어떤 메시지를 담았나.
"90년대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다. 그 때 음악들은 저마다 메시지가 있었다. 노래를 들으면서 단순 감상이 아니라 위로를 받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자친구한테 차였을 때도, 친구하고 다퉜을 때도 상황에 맞게 위로가 되는 음악이 있었다. 트렌드가 아닐지라도 90년대 감성을 녹여봤다."(무웅)
-추천곡은.
"'어장관리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아는 남자'라는 곡이 있다. 꼭 오해하게 만들어놓고 고백만 하면 친구 이상 감정은 아니라는 여자 이야기다. 우리도 몇 번 당해봐서 한을 담아 노래했다. 하하."(탁)
-8년차 중견 래퍼다.
"그래봐야 4년 밖에 활동하지 않았다. 해놓은 것도 없는데, 막상 빛을 좀 보려니까 군입대 시기가 문제가 됐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군대에서 너무 힘들었다. 입대하고 나서 '조금만 더 열심히 활동해둘 걸'이라는 후회가 밀려왔다."(무웅)
-군대에 있는 동안 실력 있는 래퍼들이 많이 나왔다.
"부러웠다. 늘 했던 공연이고 노래인데, 아련해지더니 어느 순간 무대 위에 있는 내가 기억도 나지 않더라. 포털사이트에 배치기를 검색하면 기사 하나 찾을 수 없었다. 다시 작업을 시작하면서 불안했던 마음들이 다 치유됐다. 역시 음악을 해야 우리가 산다."(탁)
-스승과 다름없는 MC 스나이퍼를 떠났다.
"회사를 나온 건 맞다. 배신했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뭐라고 대꾸할 생각 없다. 불화는 전혀 없었다. 스나이퍼 사운드라는 틀을 벗어나 우리 만의 시야로 음악 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이번 앨범은 정말 100% 우리 힘으로 만들었다. 여러 가지 어려움도 많았지만 만족스럽다."(무웅)
-이번 앨범의 목표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지만 그래도 1등을 하고 싶다. 스나이퍼 사운드에서 발표했던 앨범들도 기본은 했다. 당시에도 머릿속으로는 늘 숫자 1만 떠올렸다. 최고라는 칭호를 가수 인생 한 번쯤 누려보고 싶다. 우리의 목표는 늘 최고다."(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