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박찬호(39)는 선발 등판하는 날이면 언제나 경기 시작 1시간12분 전에 그라운드로 나온다. 1시간도, 1시간30분도 아닌 1시간12분이다. 박찬호는 정규시즌 세 차례 야간경기(4월12·18·24일·오후 6시30분 시작) 때는 오후 5시18분에 그라운드에 나와 몸을 풀었고 두 차례 낮 경기(4월29일·5월5일·오후 2시 시작) 때는 낮 12시48분에 더그아웃을 나섰다. 그는 6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분 단위'까지 맞춰 시작하는 자신의 몸 풀기 패턴이 "미국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지켜온 루틴"이라고 설명했다.
자기 리듬 관리의 증거
정민철(40) 한화 투수코치는 "보통 선발 투수들은 경기 시작 30~40분 전에 몸을 푼다. 1시간12분 전에 시작하는 (박)찬호는 매우 빠른 편"이라고 했다. 그는 박찬호가 매번 정확하게 시간을 지켜 그라운드로 나오는 것이 "평소 그만큼 철저하게 자기 리듬을 관리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등판하는 날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훈련할 때도 정해진 스케줄을 항상 확실하게 지킨다"고 말했다. 경기 시작 1시간12분 전에 그라운드로 나온 박찬호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오른쪽 외야 펜스 근처 워닝트랙에서 하체와 허리를 집중적으로 푼다. 보폭을 길게 해서 큰 걸음을 걸으며 허벅지를 풀고 상체를 틀어 허리를 돌린다. 그리고 외야 가운데 쪽으로 갔다가 오른쪽 펜스 끝으로 2~3번 가법게 뛰며 몸을 덥힌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2분. 매번 같은 동작으로 같은 시간 동안 훈련을 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다. 들어오는 길에 일찍 입장한 관중들이 환호성을 지르면 가끔 공을 던져주기도 한다.
칼 같이 지킨다, 박찬호 시간표
박찬호가 지키는 시간은 그라운드에서 몸 푸는 시간만이 아니다. 강성우(42) 한화 배터리 코치는 "경기 시작 1시간40분 전에 배터리 미팅을 한다. 찬호는 한국 타자들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약 10분 동안 지난 경기와 주요 선수들의 영상을 보고 5분 정도 의견을 나눈다"며 "그 시간도 항상 칼같이 지킨다"고 했다. 미팅을 마치고 그라운드에서 몸을 푼 뒤에는 실내 훈련장에서 스트레칭을 한다. 그러다 경기 시작 30분 전이 되면 불펜 포수와 함께 공을 던지며 어깨를 덥힌다. 조세범(27) 한화 불펜포수는 "언제나 같은 시간에 비슷한 개수의 공을 주고 받는다"고 했다. 선발로 나서는 날 경기장에 도착해 배터리 미팅-그라운드에서 몸 풀기-실내 스트레칭-어깨 웜업으로 이루어지는 '박찬호 시간표'는 지난 다섯 경기에서 낮이든 밤이든 한 번도 변하지 않고 철저히 지켜졌다.
"역시 최고의 베테랑" 칭찬
류중일(49) 삼성 감독은 지난 5일 대구 한화전을 마치고 상대 선발 투수였던 박찬호의 투구를 인상 깊게 봤다며 "역시 박찬호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관리를 했기에 저 나이에 저런 공을 던지나. 저런 선수는 그냥 베테랑이 아니라 상(上) 베테랑"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대화(52) 한화 감독 역시 6일 경기를 앞두고 "타선만 받쳐주면 충분히 10승을 할 수 있는 공을 던지고 있다. 몸 관리를 잘해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아군과 적군 사령탑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박찬호의 몸 관리 비법은 '분 단위'까지 지키는 철저한 자기관리에 있다. 박찬호는 6일 경기를 앞두고 "지난 5일 경기에서는 5회·6회로 갈수록 공이 더 괜찮았다. 충분히 더 던질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도 '시간표'를 지킨 박찬호는 국내 복귀 후 처음으로 투구수 100개를 넘겼다.
유선의 기자 sunnyyu@joongang.co.kr
◆박찬호 선발 등판하는 날 시간표 (오후 6시30분 경기 기준)
오후4시 경기장 도착(늦어도 2시간30분 전에 도착)
오후4시50분 강성우 배터리 코치와 투수·포수 미팅(평균 15분) *전날 경기 영상·상대팀 타자 주요 영상 시청 및 의견 교환
오후5시18분 그라운드 나와 다리 집중 스트레칭 및 짧은 러닝(약 12분) *이어폰으로 음악 들으며 정신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