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43) LG 감독은 '트레이드의 귀재'다. 소속팀 선수를 내주고 다른팀 선수를 받는 통상적인 트레이드가 아닌 1군 선수와 2군 선수의 교체로 전력을 살찌우고 분위기를 일신한다. 이런 잦은 엔트리 변경은 LG를 이끄는 보이지 않는 동력이 되고 있다. 누구나 할 순 있지만 누구도 쉽게 하기 힘든 운영 방식이다.
LG는 7일 현재 12승10패로 단독 4위에 올라 있다. LG의 선전은 삼성과 KIA의 갑작스런 부진만큼이나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라 할 만하다. LG는 개막 전 이구동성으로 최하위 후보로 지목받았다. 조인성(SK), 송신영(한화), 이택근(넥센) 등 프리에이전트(FA) 3명의 이적을 막지 못했고 불미스러운 일로 선발 투수 2명이 퇴단해 전력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LG는 이런 전망을 보란듯이 무너뜨리고 잘 나가고 있다. 거액을 들여 선수를 사오던 관행을 깨고 1·2군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인적 자원의 활용이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LG는 7일까지 1군 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39명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많다. 가장 적은 1위 롯데는 29명이다. 개막 후 한 달 동안 14번, 즉 이틀에 한번 꼴로 1군 엔트리를 바꾼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이승우와 봉중근, 이동현 등이 2군으로 내려갔다 1군으로 올라왔고, 리즈와 우규민, 임찬규, 이병규(등번호 7) 등도 2군행을 경험했다. 김기태 감독은 개막 전 "선수를 폭넓게 기용하겠다. 1군 엔트리 26명만으로 시즌을 치를 생각은 없다. 2군에 있는 자원 중에도 충분히 자기 몫을 해줄 선수가 많다"고 말했었다.
엔트리 변경은 감독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결정 중 하나다. 1군에서 제외한 선수는 열흘 동안 뛸 수 없어 리스크가 크다. 김기태 감독도 "자주 엔트리를 바꾸면 뭔가 안 좋다는 뜻 아닌가"라고 했다. 하지만 LG는 확실한 주전감이 없고 고만고만한 선수가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기태 감독은 전력의 활용폭을 넓히는 방법을 택했다. 기존 자원의 능력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도 깔려 있었다.
전력 재편 과정은 주도면밀하다. 김기태 감독은 1군 선수가 부진하다고 2군에 내리지 않는다. 철저하고 치밀한 계산하에 1군 선수를 2군 선수와 맞바꾼다. 이렇다 보니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가끔 나온다. 내야수 김용의는 타율 0.304를 기록하고 지난달 29일 2군으로 갔다. 팬들은 이를 두고 "이틀 동안 5안타를 친 선수를 왜 바꾸냐"고 했지만 김 감독은 "질책성이 아니다. 오른손 타자가 필요해 불가피하게 정의윤을 올렸다"고 했다. 때가 되면 김용의는 다시 올라올 것이다.
이와 동시에 2군으로 가는 선수에겐 "다시 올라올 거니 준비하고 있어라"고 말해 의욕이 떨어지지 않게 한다. 선수들은 1군에서 제외되면 실망하고 좌절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LG에선 그런 선수를 볼 수 없다. "돌아올 테니 두고 보라"는 선수가 대부분이다. 신인급 투수 이승우와 새내기 최성훈은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와 나란히 호투를 펼쳤다. 김 감독의 동기 부여가 통한 경우다.
김 감독은 "노력하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엔트리 변경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선수들은 의욕을 얻고 성장하고 있다. 팀 전력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현재 LG 선수층은 오히려 타 구단보다 더 두꺼워보이기까지 한다. LG 2군엔 지금 우규민, 유강남, 김태완, 신정락 등 1군 합류를 노리는 선수들이 많다. 김기태 감독은 "6월이 되면 팀은 더욱 단단해진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