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위치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는 해마다 400만 명 넘는 관광객이 몰려든다. 그들은 요세미티에 들어와서 잠깐이라도 자연과 동화됐다 돌아간다. 해먹에서 낮잠을 자던 아이가 종달새 지저귀는 소리에 부스스 잠에서 깨고, 나이 지긋한 노부부는 메타세쿼이아 그늘 아래에서 트럼프 놀이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른다. 미국 국립공원의 정신과 같은 곳 요세미티를 다녀왔다.
▶골드러시, 서부개척 그리고 요세미티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역사는 미국 서부개척사와 맥을 같이한다. 180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사금이 발견됐다. 산 속 깊은 곳에서 발원된 물줄기에서 금이 나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른바 골드러시(Gold Rush)가 시작됐다.
사금은 빠른 속도로 고갈됐다.금을 찾는 사람들은 새 금맥을 찾아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발견된 곳이 요세미티 밸리다. 계곡 안에는 4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네이티브 아메리칸(인디언)이 살고 있었다. 땅을 사고판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토착민들을 상대로 금을 찾으러 온 사람들이 소유권을 주장했다. 거래 대신에 전쟁, 아니 학살이 시작됐다. 곰 한 마리와 네이티브 아메리칸을 죽이고 받는 포상금이 같았다.
국립공원에 들어서서는 맨 먼저 머세드 강을 둘러보았다. 요세미티를 관통하는 젖줄과 같은 강이다. 골드러시 때 흐르는 금맥으로 통했던 바로 그 곳이다. 혹시나 금을 볼까 하는 마음으로 뚫어지게 강바닥을 바라보다 이내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보존! 요세미티의 절대 원칙
미국 정부는 유난하다 싶을 정도로 까다로운 규칙을 적용해 요세미티를 관리한다. 국립공원측(NPS)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 보존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밑동 둘레가 10m에 달하는 나무가 쓰러져 길을 막아도 사람들이 지나갈 최소한의 틈만 낼 뿐 치우지 않는다. 쓰러진 나무에 벌레나 야생동물이 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요세미티에는 사슴ㆍ매멋ㆍ다람쥐ㆍ코요테ㆍ곰 등 80여 종에 달하는 포유류와 130종이 넘는 새가 살고 있다.
여름 시즌인 7~10월 요세미티에는 200명이 넘는 공원관리직원(레인저)이 상주한다. 레인저는 동물이 아니라 사람을 감시한다. 이를 테면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못하게 한다. 인간이 주는 먹이에 길들어지면 야생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모든 식량은 잠금장치가 있는 철제 통에 보관하도록 시킨다. 음식 냄새를 맡은 곰이 캠핑장으로 내려오는 일이 종종 벌어진단다. 식량을 방치하면 레인저가 모두 수거해 간다. 경고로 끝날 수도 있지만 재수 없으면 5000달러(약 530만원)나 되는 벌금을 물 수도 있다.
▶요세미티를 즐기는 방법
파노라마 트레일은 요세미티 밸리 동남쪽 부근의 글레이셔 포인트부터 네바다 폭포까지의 능선 길로 편도 13.6km, 6~8시간 정도 걸리는 트레킹 코스다. 해발 2200m 글레이셔 포인트에서 내려다본 요세미티 밸리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화강암 능선 위로 우뚝 솟은 하프돔과 웅장한 바위산을 반으로 쪼갤 기세로 떨어지는 네바다 폭포가 한눈에 들어왔다. 바위산 밑으로는 온통 숲이었다. 바람이 일자 초록빛 벨벳 같은 숲 전체가 고요하게 울렁거렸다.
트레킹을 마치고 캠핑장에 돌아왔다. 몇 개 없는 가로등도 다 꺼진 밤, 의지할 것이라고는 헤드랜턴 뿐이었다. 온종일 뒤집어쓴 먼지를 씻어내고 고개를 젖혀 크게 기지개를 켰다. 무심결에 올려다본 하늘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메타세쿼이아 나무 끝자락이 모여 카메라 조리개 모양 하늘을 동그랗게 도려냈다. 둥근 앵글 안쪽으로 수많이 별이 촘촘하게 박혀있었다.
텐트 대신 비박을 선택했다. 평평한 흙바닥에 매트를 깔고 침낭을 펼쳤다. 살짝 내놓은 얼굴에 닿는 서늘한 기분이 좋았다. 적막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고요 속에서, 땅의 것과 하늘의 것이 한데 어우러져 연출한 장관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새벽녘이 돼서야 겨우 잠들었다.
◇여행정보
요세미티 국립공원 입장료는 자동차 한 대에 20달러다. 자동차를 탄 사람 모두의 입장료가 포함돼 있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1인 10달러다. 두 경우 모두 입장권 유효기간은 7일이다. 캠핑장 예약은 연방정부 여가 관련 홈페이지(www.recreation.gov)에서 할 수 있다. 정규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 밤을 지낼 경우 방문 날짜 기준 168일 전에 예약해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한국에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가려면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로 간 다음 자동차로 이동해야 한다. 자세한 정보는 미국 국립공원 관리국 홈페이지(www.nps.gov/y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