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오빠' 이상민(40)이 프로농구 서울 삼성 코치로 돌아왔다. 은퇴 직후인 2010년 8월 가족과 함께 미국 유학을 떠난 지 21개월 만이다. 김동광 감독과 김상식 코치를 보좌하는 역할로 2012-2013시즌을 준비한다.
이상민은 미국 생활 동안 농구를 끊었다. 미국프로농구(NBA)를 가끔 TV로만 봤을 뿐이다. 가족과 함께 처음으로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하며 푹 쉬었다. 이상민은 10일 경기도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가진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온 지 3일 째다. 아직 얼떨떨하다"며 "나는 초보 코치다. 할 줄 아는 게 없다. 선수들과 가교 역할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은퇴 후 어떻게 지냈나.
"2년 동안 정말 다 내려놓았다. 인터넷도 거의 안 했다. 미국에서 프로야구와 미식축구는 보러갔는데 농구장은 안 갔다. 그냥 잊고 살고 싶었다. 한국에 있는 친한 친구들과 가끔 연락하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아침에 어학원에 다녀오면 오후 2~3시쯤 된다. 그때부터 아빠 역할을 한다. 아이들 학교에 데리러가고 밥도 같이 먹는 게 내 직업이었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끝나있더라. 힘들더라(웃음). 미국 아버지들은 다 그렇게 사는 것 같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최극 NBA에 대만계 미국인 제레미 린(뉴욕 닉스)이 열풍이었다. 알고 있나.
"경기장은 안 가봤지만 물론 알고 있다. 뉴욕 길거리에 린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아주 많다. 뉴욕의 농구 스타 카멜로 앤서니보다 유니폼 판매가 더 많았단다."
-현지에서 홍보가 잘 된 것 같다.
"그렇다. NBA도 마이클 조던 이후 스타가 없어 고민이 컸다. 하지만 린이 나타나니 제대로 마케팅을 하더라. 유명해지는 게 순식간이더라. 50달러 정도 하던 뉴욕 경기가 200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들었다. 나도 한번쯤 NBA보려다가 비싸서 그냥 포기했다(웃음)."
-실력이 그만큼 좋나.
"동영상을 조금 봤는데 잘하더라. 패스 위주의 플레이보다 직접 득점을 하는 스타일의 가드다. 닉네임도 참 잘 지었다. '린세니티.' 한국도 스타 선수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어떤 선수를 눈 여겨 봤나.
"KGC인삼공사의 김태술-박찬희-이정현이 아기자기하게 농구를 잘하더라. 외국인 선수 위주로 하기보다 자신들의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좋았다. SK 김선형도 스타 기질이 보인다. 그런 선수들을 널리 알려야 한다. 닉네임도 잘 붙이고 해서 홍보가 돼야 한국 농구가 발전한다."
-'이상민 이후 농구 스타가 끊겼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나도 인터뷰 그만하고 싶다. 아직까지 내가 주목을 받는 건 썩 좋은 일은 아니다. 젊은 선수들이 주목받아야 한다. 아직까지도 이상민·문경은·우지원이 더 유명하다. 큰 일이다. 시즌 시작되면 인터뷰 그만해야 겠다(웃음)."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전체적인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린과 같이 순식간에 열풍을 불러 오는 게 중요하다. 선수와 언론, 구단이 모두 노력해야하는 부분이다. 요즘 애들 보면 나와 다르다. 춤도 잘 추고 얼굴도 잘생겼다. 내가 선수 때 춤추라고 했으면 절대 안 했다(웃음). 요즘 애들은 시키면 다 하지 않나. 마인드가 좋다. 이런 친구들을 잘 활용해서 스타로 띄워야 한다."
-스타 출신 코치로서 부담이 있을 것 같다.
"처음 코치를 하는 거라 모르는 게 많다. 사실 하루하루 따라가는 것도 벅차다. 배우는 입장이다. 나보다는 선수들이 더 유명해졌으면 한다.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