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우 홍보대사를 맡았던 가수 이효리는 이제 유명한 채식주의 연예인이 됐다. 지난여름 서울대학교에선 ‘혹시나 하고’ 문을 연 채식 전문 식당이 ‘대박’이 터져 서둘러 2호점을 내기도 했다. 심지어 얼마 전 외신에선 40대의 얼굴과 몸매를 유지한 채식주의 70대 노인이 소개돼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바야흐로 채식의 시대. K-리그에도 이 흐름에 동참한 사람이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박경훈(51) 감독이다. 박 감독은 세련되고 절제된 스타일로 K-리그의 ‘패셔니스타’로 불린다. 그런데 이제는 ‘초식남’이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붙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박 감독은 벌써 6개월 째 고기를 멀리하고 있다.
채식의 세계는 꽤 복잡하다.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에 따라 단계가 나뉜다. 고기는 물론이고 생선에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그야말로 완벽한 채식주의자를 비건(Vegans)이라 한다. 우유, 버터까지만 허용하면 락토(Lacto), 여기에 계란을 먹으면 락토 오보(Lacto Ovo), 마지막으로 고기만 먹지 않는 가장 낮은 단계의 채식주의자를 페스코(Pesco)라고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박 감독은 ‘페스코’ 수준이다.
박 감독의 채식은 몸매 관리의 숨은 비결이기도 했다. 박 감독은 50대임에도 불구하고 군살 없이 탄탄한 몸매를 자랑한다. 타고난 미적 감각이 박 감독을 패션리더로 만들었지만, 균형 잡힌 몸매 덕에 더 빛을 본 것도 사실이다. 박 감독은 “나 역시 선수 땐 워낙 고기를 많이 먹었다. 그런데 이젠 선수 때만큼 운동을 많이 하는 게 아니다”며 “건강관리 몸 관리를 위해서 식단을 조절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회식 문화가 발달한 한국 사회에서 채식을 고집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프로팀 감독의 경우 구단의 홍보나 마케팅을 위해 만나야 할 사람들도 많은 법이다. 박 감독 역시 이런 난관에 부딪혔다. 박 감독은 “우리나라는 회식을 하면 고기 아니면 (생선)회 아닌가”며 “되도록 육식을 피하도록 했지만 어쩔 수 없을 땐 고깃집에 가서 후식으로 나오는 찌개종류를 먹었다. 남들 먹을 때 가만있기가 그러면 고기를 구웠다”며 나름의 비법을 설명했다.
박 감독은 "한참 시즌이 진행 중이라 체력이 달린다. 지금은 일주일 한 번씩 살코기만 떼어내 조금 먹고 있다"며 “채식주의라고 거창하게 말하기보다는 건강을 위해 식단을 관리하는 것으로 봐달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