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갈 겁니다.”
LG 오지환(22)이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삭발에 가까웠다. 오지환은 1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어제(17일) 경기가 끝나고 바로 미용실에 가서 잘랐다. 한동안 너무 붕 떠있었던 것 같다. 이제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말하며 머리를 매만졌다.
오지환이 머리를 짧게 자른 이유는 더 이상 실책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일종의 주의환기다. 오지환은 17일 1-0으로 앞선 문학 SK전 9회말 2사 후 정근우의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록되지 않는 실책을 범했다. 오지환에게 잡기 좋은 코스로 날아든 타구를 잡기만 했다면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오지환의 글러브가 공에 미치지 못하면서 중전 안타로 기록됐다. 주자가 나가면서 LG는 유원상을 내리고 봉중근을 올렸다. LG는 결국 1-0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오지환의 실책성 수비 때문에 쉽게 끝낼 수 있었던 경기를 어렵게 마무리했다. 오지환으로선 3회 자신의 솔로 홈런으로 만든 한 점 차 승리를 스스로 걷어찰 뻔했다.
그는 “어제 근우 형의 공을 놓치는 순간 등에 땀이 났다”면서 “내가 그 공을 잡았으면 원상이 형에서 중근이 형으로 투수교체도 안하고 쉽게 끝낼 수 있었을 텐데 팀원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어제 졌으면 고개를 들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오지환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유지현(41) LG 수비코치의 지도 아래 하루에 1000개의 펑고를 받아내며 지옥훈련을 소화했다. 그 덕에 수비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오지환은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실책을 범하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 잠실 삼성전 7회초 1사 1루에서는 병살타로 유도할 수 있었던 평범한 타구를 뒤로 흘려 팀에 2-3 역전패를 안겼다.
오지환은 “벌써 실책이 5개다. 잘해야겠다는 욕심 때문에 그라운드 위에서 침착하지 못하고 다급했다. 이제는 내가 캠프 때 흘렸던 땀방울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릴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오는 오지환의 수비 실책 때문에 걱정이 많을 것으로 보였던 유지현 수비코치는 오히려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지환이 때문에 지는 경기가 있으면 반드시 지환이 덕분에 이기는 경기도 생길 것이다"면서 "지환이는 지금 수비에서 80~90%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100%가 되기 위해 채워야하는 나머지 부분들에 대해 지금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경험을 통해 성장해야하는 어린 선수다”라고 오지환을 격려했다.
잠실=김유정 기자 kyj7658@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