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일화의 중앙 수비수 임종은(22 ·192cm)은 겉보기엔 아이돌그룹처럼 매끈하게 생겼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2007년 한국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주전 수비수로 활약한 그는 2009년 울산 현대에 입단하자마자 19경기에 출전해 대형 수비수 탄생을 예고했다. 하지만 그는 그해 11월 왼쪽 무릎 연골 이식 수술을 기점으로 완전히 잊혀졌다. 재활이 더뎌 2년간 커리어가 공란으로 남았다. 곽태휘, 이재성, 강민수 등 호화 센터백을 보유한 울산은 임종은의 미래가 어둡다고 판단해 올초 성남으로 이적시켰다. 임종은의 이적료는 비슷한 시기에 경남FC에서 성남으로 이적한 윤빛가람의 1/10 수준에 불과했다.
절치부심한 임종은은 사샤와 황재원의 부상 공백으로 인해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홍콩 구정컵을 통해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상주전 절묘한 크로스로 데뷔 후 첫 공격포인트, 강원전 코피 투혼, 제주전 헤딩 동점골 등으로 이름 석 자를 알렸다. K-리그 12경기에 나서 주간 베스트11에 두 차례 선정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행도 이끌었다.
U-17 월드컵 당시 스승인 박경훈 제주 감독은 "종은이 키가 195cm까지 큰 것 같다. 높이 만큼이나 전진 패스도 정말 좋아졌다. 김호곤 울산 감독님이 종은이를 왜 성남에 보내셨는지 의아하다"고 극찬했다. 신태용 성남 감독은 "종은이는 200%로 잘해주고 있다. 뽀뽀해주고 싶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임종은은 여세를 몰아 22일 발표된 시리아전에 나설 올림픽대표팀 19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09년 U-20 월드컵 이후 근 2년 만에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재회하게 됐다. 임종은의 런던행은 희망적이다. 재활 중인 주전 센터백 홍정호(제주)가 복귀하더라도 중앙 수비 대체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음달 1일 파주NFC에 소집되는 임종은은 "또 다른 시작이자 마지막 기회다"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