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K-리그 팬들은 보스나(수원 삼성)의 대포알 슛에 경악했다. 20일 울산 현대와 경기에서 보스나는 골문에서 33.8m 떨어진 거리에서 프리킥을 준비했다. 그는 공을 차분하게 놓고, 9.1m 정도를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5~6 걸음을 빠르게 뛰어 왼발로 공을 찼다. 공은 눈 깜짝할 사이에 허공을 갈랐다. 울산 골키퍼 김승규(22)가 손을 뻗어 봤지만 공은 손을 스치고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 한 방이 경기 흐름을 바꿨다. 0-1로 뒤지던 수원은 2-1 승리를 챙겼다. 비주얼 스포츠(대표 김창훈)는 보스나의 프리킥을 집중 분석했다.
◇호날두 보다 빠른 슛
보스나의 발을 떠난 프리킥은 0.95초 만에 골문을 갈랐다. 김승규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보스나를 쳐다봤다. 공을 차는 순간 최고 속도는 시속 127㎞까지 나왔다. 33.8m를 평균 121.68㎞/h의 속도로 날아갔다. 이는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27)가 보여줬던 프리킥을 능가하는 수치다. 호날두는 2010년 12월 레알 사라고사와 정규리그 경기에서 무회전 프리킥을 차 넣었다. 당시 호날두의 무회전 프리킥의 평균 시속은 105㎞/h가 찍혔다. 보스나의 왼발 킥은 호날두의 슛보다 약 16㎞/h 정도 빨랐던 것이다.
◇'슛돌이'의 도깨비 슛
보스나의 프리킥을 상대한 골키퍼들은 혀를 내둘렀다. 빠른데 공까지 흔들렸던 것이다. 전상욱(33·부산)은 올 시즌 개막전에서 보스나의 프리킥을 막았다. 그는 "속도도 빠르고 구질도 굉장했다. 제대로 쳐내지 못했지만 간신히 실점은 막았다"며 "흔들리면서 날아오는 무회전 공은 수 차례 막았는데, 힘까지 실려있어 막기 힘들었다. 정면으로 오지 않고 조금만 옆으로 왔다면 막지 못했을 것이다"고 떠올렸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최규정 박사는 "카르만의 소용돌이 효과 때문에 공이 흔들린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전 없이 나가면 공기가 공을 타고 흐른다. 공의 옆쪽에 소용돌이가 생기며 좌우로 흔들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만화영화 슛돌이의 줄리앙이 때리는 '도깨비 슛'이 만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비결은 임팩트
보통 강슛의 비결은 허리에서 허벅지까지 연결되는 파워존에서 찾는다. 그러나 보스나의 허벅지 둘레는 22.8인치(58㎝) 정도다. 여자 스피드케이팅의 이상화(22인치)보다 조금 더 두껍다. 공격수 이동국(33·전북)은 26인치로 K-리그에서 가장 튼튼한 허벅지를 자랑한다. 강력한 프리킥을 날리는 비결은 따로 있었다. 최 박사는 "강한 슛은 좋은 임팩트에서 나온다"고 설명한 그는 "보스나는 빠른 속도로 도약했고, 공을 차는 순간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발의 구조상 발등에 얹히는 킥이 됐다"며 "운동 에너지를 그대로 공에 실은 정확한 임팩트가 대표알 슛의 비결이다"고 설명했다. 보스나는 "꾸준히 훈련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자주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