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30)은 최근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바로 'CF 스타'다. 오승환이 5월 초 촬영한 그룹계열사 보안업체의 광고가 TV를 통해 전파를 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4일 대구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오승환은 취재진으로부터 광고 얘기를 듣자마자 고개부터 흔들었다. 그는 "잘해보고 싶었는데 역시 어려웠다"며 "연기도 못하는데 자꾸 시켜서 힘들었다. 주위에서 괜찮다 혹은 어색하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야구 선수들의 광고 촬영이 줄을 잇고 있다. 오승환을 비롯해 박찬호(한화), 황재균(롯데), 강정호(넥센) 등이 TV와 지면 광고에 등장하고 있다. 높아진 야구의 인기가 광고계까지 영향을 끼친 것이다. 박찬호는 건강식품 광고에 이어 그룹계열사 보험회사 광고까지 출연하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보험회사 광고에서는 랩 실력까지 선보이며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오승환은 삼성 마운드의 철벽 마무리로서 '지킨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에 보안업체 모델로 발탁됐다. 광고는 오승환이 경기 도중 홈으로 공을 던졌지만 지키고 있는 선수가 없어 실점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오승환은 '돌부처'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다음 날 오승환은 보안 시스템을 향해 업체 이름을 대며 "잘 지켜"라고 말하고 집을 나선다. 다소 어색할 수 있는 광고지만 평소 마운드에서 오승환의 모습을 본 야구팬이라면 그가 노력을 많이 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오승환은 "12시간 촬영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광고를 보면 선수들은 유니폼을 입고 출퇴근하는 줄 아는데 사복을 입는다. 가방도 들고 다니지 않는다.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며 연기보다 내용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오승환의 CF 촬영 고난기를 잘 이해하고 있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샴푸 광고 모델로 나섰던 'CF 선배' 홍성흔(롯데)이다. 이날 경기를 위해 대구구장을 찾은 홍성흔은 "나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면서도 "운동만 하던 선수들이 카메라를 앞에 두고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도 (오)승환이가 찍은 광고를 봤다. 어색한 모습도 있었지만 잘 한 것같다"고 평가했다.
취재진이 오승환에게 "또다시 광고 제의가 들어오면 찍을 의향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짐짓 고민하더니 "또다시 CF가 들어오면… 구단과 상의하겠다"며 방긋 웃었다. '돌부처'도 CF 스타의 별명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