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최후의 승자는 박유천이 주연을 맡은 SBS '옥탑방 왕세자'('옥세자')였다. 중반부터 2위에 머물다가 마지막회에 전국시청률 14.8%(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하며 극적으로 1위를 탈환했다.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오던 KBS 2TV '적도의 남자'('적도남')는 뒷심을 잃었다. '옥세자'와 0.7% 차이로 2위가 됐다. 방송 초반 압도적인 성적으로 앞서가다가 추락했던 MBC '더킹 투하츠'('더킹')는 큰 변동없이 11.8%를 기록하면서 꼴찌에 머물렀다.
지난 3월 21일 일제히 첫방송을 시작해 나란히 끝을 맺은 이번 지상파 수목극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세 편의 드라마가 각각 1위에 올랐다가 추월당하는 등 끝까지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레이스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각 작품의 주인공인 박유천·엄태웅·이승기의 각축전이 치열했던 것은 당연한 일. 이번 수목극 전쟁에서 곱씹어봐야할 점들을 각 작품별로 짚어봤다.
▶'옥탑방 왕세자' 박유천 코믹연기까지 소화해 눈길
'옥세자'가 처음 1위를 차지한 건 4월 5일이었다. 방송 6회만의 일이다. 하지만, 다음회인 7회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타던 '적도남'에 따라잡혀 1일 천하로 끝났다. 이후 12%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2위에 머물다가 마지막회에 2%나 시청률을 끌어올리며 대반전을 이뤄냈다.
'옥세자'의 최후 대반전은 마지막회에 대한 궁금증을 최대로 끌어올린 영민한 전략 때문. 후반에 이르러 내용전개와 설정에 대한 혹평이 나와 '더 이상의 반등은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19회에 한지민과 결혼식까지 올린 박유천이 조선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이 어떤 관계로 얽혀있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등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해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주인공 박유천 역시 코믹연기로 호평을 들었다. 조선에서 현재로 건너왔다는 설정답게 내내 문어체 대사를 쓰면서 한지민과 멜로연기를 펼쳐 웃음을 자아냈다. 전작에서 진지하고 점잖은 역할만 했던 박유천이 연기폭을 넓힌 것 뿐 아니라 대중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서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적도의 남자' 엄태웅 동공연기 극찬 '대세남' 등극
'적도남'은 탄탄한 내용과 배우들의 명품 연기로 정면승부를 했다. 방송 초반에는 톱스타 캐스팅과 한 눈에 들어오는 소재를 채택한 경쟁작과 달리 정통멜로를 표방하고 연기파 배우를 출연시켜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다. 첫회 시청률 7.7%로 저조했다. 하지만, 입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꾸준히 상승세를 타면서 5회만에 10%대에 진입해 경쟁작과의 격차를 좁혔다. 지난달 18일에는 방송 9회만에 12%를 기록하면서 첫 1위에 올라 방송관계자들까지 놀라게했다. 11회에는 15%를 넘어섰고 이후에도 꾸준히 1위를 유지해 '좋은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알아본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주연 엄태웅은 '적도남'의 인기를 견인한 일등공신으로 불린다. 4회 말미에 단 10분간 짧게 등장했는데도 강한 인상을 남겨 '엄포스'라는 데뷔초기의 별명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극중 실명한 상태에서 펼친 '동공연기'가 특히 화제에 올랐다. 양 쪽 눈동자를 따로 움직이면서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된 모습을 보여 찬사를 받았다. 상대역 이준혁 역시 호평을 들었다. 엄태웅과 심리싸움을 펼치면서 불안한 속내를 세심한 표정과 목소리톤으로 표현해 '재발견'이란 말을 들었다.
▶'더킹 투하츠' 꽃미남 이승기 남성미 재발견
'더킹'은 이승기와 하지원이라는 톱스타를 출연시키고도 내용 면에서 기대이하라는 혹평을 들었다. 화제작 '베토벤 바이러스'의 제작진이 다시 뭉친 결과물치고는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 자체에 설득력이 부족했고 윤제문이 연기한 악역 캐릭터 자체도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묘사해 몰입을 방해했다. 과도한 PPL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높은 화제성으로 첫회 16.2%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보였지만 방송 3회만에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10%대에 머물면서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꼴찌가 됐다.
완성도에 대한 혹평이 나온 반면에 이승기는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들었다.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이며 드라마가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이승기 때문에 볼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의 글들이 특유의 호감도와 스타성을 증명해주고 있다. 특히 이번 드라마에서는 남성적인 면모를 과시하며 소년의 이미지를 벗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