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꼼꼼’ 익수-‘묵묵’성효, 봉사활동에서 드러난 K-리그 감독 성격
K-리그에서 '신나게 공격'을 외친 신태용 성남 감독은 봉사활동도 신나게 했다. 말 수가 적은 윤성효 수원 감독은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일을 했고, 안익수 부산 감독은 도배를 할 때도 철두철미했다.
프로축구연맹은 4일 파주시 법원리 해비타트 현장에서 'K-리그와 함께하는 사랑의 집 고치기' 봉사활동을 했다. 박항서 상주 감독을 제외한 15개 구단 감독들이 모두 총 출동했다. 김병지, 이운재 등 각 구단 주축 선수도 한 명 씩 집 고치기 봉사활동에 참가했다. 사회공헌을 하며 팬들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행사를 제안한 정몽규 프로축구연맹 총재와 SNS로 모인 29명의 팬들도 봉사활동에 참가했다. 이날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정몽규 프로연맹 총재는 "서울 근교인데 이렇게 어려운 가정이 있는줄 처음 알았다.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이런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7개 조로 나누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다문화가정 2세대와 기초생활수급가정 5세대의 도배와 집안 수리를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신바람 신태용 "봉사도 신나게"
다문화 가정의 도배와 집 수리를 맡은 신태용 감독은 시종일관 유쾌했다. 그는 "전등도 내가 갈려고 하면 깨지더라. 부수는 역할을 맡겨달라"며 싱크대를 해체하는 일을 자원했다. 도배보다 위험한 일이었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재빨리 해치웠다. 신 감독은 "공고를 나와 이런 일은 잘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신 감독은 대구공고를 졸업했다.
반면 한 집에 배정된 윤성효 수원 감독은 조용했다. 그는 묵묵히 최만희 광주 감독이 지시하는 일을 했다. 최 감독은 봉사단을 솔선수범 리더십으로 이끌었다. 겨울 훈련기간 셔플댄스를 추며 선수들과 어울리던 그는 때때로 노익장을 과시하며 가구도 번쩍번쩍 들어 날랐다.
▶꼼꼼 안익수, 자 대고 벽지 절단
상대 전력분석을 꼼꼼하게 하는 안익수 감독. 도배를 하는데도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우선 전문 도배사에게 벽지에 풀칠하는 법부터 붙이는 법까지 자세하게 배웠다. 그리고 골키퍼 전상욱과 호흡을 맞춰 도배를 시작했다. 작은 실수하나 허락하지 않았다. 다른 봉사자들은 눈대중으로 벽지를 잘랐지만, 그는 하나하나 자를 대고 마무리했다. 그와 전상욱이 도배한 방은 빈틈이 없었다. 이를 본 해비타트 관계자는 "안익수 감독은 전문 도배사 같다. 영입하고 싶은 인재다"며 혀를 내둘렀다.
▶십장 김호곤, 풀칠 대신 간식 공급
최고령 김호곤 감독은 "노인이 무슨 일을 해"라고 말하며 뒤로 빠졌다. 그는 동네 아이들을 데리고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사와 나눠줬다. 동네 할아버지 같았다. 봉사자들의 사기를 올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호곤 감독과 같은 집에 배치된 김봉길 인천 감독대행과 황선홍 포항 감독은 강한 승부욕을 드러냈다. 둘은 14일 휴식기를 마치고 바로 맞대결을 갖는다. 김 대행은 "경기까지 기다릴게 뭐있어요. 황 감독, 풀칠로 승부를 보지"라고 도발했다. 이에 황 감독도 "질 수 없죠"라며 빠른 속도로 벽지에 풀을 칠했다. 두 사람은 봉사가 끝날 때까지 신경전을 멈추지 않았다.
▶병장 김치곤 "내일 유격훈련인데"
상주 상무의 주장 김치곤은 군인의 자세가 나왔다. 그는 행사 다음날 유격훈련이 예정돼 있었다. 김치곤은 군인정신으로 쉬지도 않고 일을 했다. 그가 속한 팀은 맡은바 임무를 가장 빠르게 완수했다. 그리고 지원이 필요한 집으로 이동해 또 일을 거들었다. 김치곤은 "힘들지 않다"고 활짝 웃어보이더니 후다닥 일을 마쳤다. 대한민국 육군 병장은 강했다.
물과 시멘트 가루를 능숙하게 반죽한 이운재는 "아버지가 연탄가게를 하셨다. 어릴 때 매번 하던 일이다"고 팬에게 자랑했다. "이운재의 3분 친구"라는 직장인 김나래 씨는 "국가대표라 어려울 줄 알았는데, 너무 친근한 아저씨였다. 3분만에 친해졌다"고 웃었다. 이어 "봉사를 자주했는데, 축구 선수들과 함께 하니 색다르다"며 환하게 웃었다
파주=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