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25·SK)은 올 시즌 팀 내에서 유일한 '전 경기 출장 선수'다. 다른 SK 선수들이 부상 혹은 부진으로 라인업에서 제외될 때 최정은 늘 '자리'를 지켰다. 이만수(54) SK 감독은 "수비 하나만 생각해도 최정의 팀 공헌도는 엄청나다"라고 했다. 3루수 최정은 적극적이다. 도저히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타구를 향해서도 몸을 날린다. 최정은 "3루 근처로 오는 공은 모두 잡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최정은 안타성 타구를 수없이 건져냈다.
최정의 욕심은 수비에 그치지 않는다. "수비에 더 비중을 두지만 반쪽 선수는 되고 싶지 않다"는 게 그의 각오다. 지난 4월 최정은 항상 고민에 빠져 있었다. 타율 0.232·3홈런·10타점.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였다. 최정은 "영상 자료를 보고, 좋았던 시절 타격 자세를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간절함이 통했다. 5월 들어 최정이 달라졌다. 최정은 월간 타율 0.303를 기록했고 10개의 아치를 그렸다. 타점도 26개나 쌓았다. 홈런 순위를 '경쟁 체제'로 만드는 최정의 반격. 최정은 "재미있는 구도 아닌가. 나도 홈런 레이스가 참 재미있다"고 했다. 최정의 맹타 속에 SK는 단독 선두를 지키고 있다.
간절함 끝에 '재미'를 찾은 최정에게 일간스포츠는 조아제약 월간 MVP(상금 100만원)를 선물했다. 최정이 야구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할 차례다. 최정은 "6월에는 타율 3할 복귀(6일 현재 0.266)를 목표로 뛰겠다. 물론 홈런도 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4월에 다소 부진했는데 5월에는 홈런 10개를 쳤다.
"나도 신기하다. 4월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안타가 절실했다. '5월 3할'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달을 맞이했다. 그런데 타구가 뻗어나가기 시작하더라. 기록은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다. 내가 생각이 많은 편이다. '지금 홈런 몇 위다'라는 생각을 하면 부담만 늘어난다. 여유 있게 치려고 했는데 홈런이 나왔다."
-강정호(넥센)와 홈런 경쟁을 하고 있다.
"정말 재미 있다. 정호와 나는 '홈런타자'가 아니다. 홈런 하나를 칠 때마다 '아, 또 쳤어?"라는 반응이 나오지 않나. 팬들께 프로야구의 새로운 재미를 안겨드리고 싶다. 이승엽(삼성) 선배·김태균(한화) 선배처럼 이미 홈런왕에 올랐던 선수들의 경쟁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지 않나.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이 20개(2010·2011년)다. 일단 20개를 넘긴 후에 강정호의 홈런수를 보겠다."
-3루수는 수비 부담이 큰 포지션인데.
"체력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다. 그러나 나는 수비가 재미 있다. 항상 공격적으로 공을 잡아내고, 주자와 승부한다. 홈런을 칠 때와는 다른 쾌감이 든다. 수비할 때 '머리 싸움'도 한다. 더그아웃에서 수비 위치를 잡아주기도 하지만 대체로 내 머리 속에 있는 데이터와 직감을 통해 '소극적'인 시프트를 한다. 이런 수비가 성공하면 정말 짜릿한다. 이런 즐거움은 홈런과도 바꿀 수 없다."
-어떤 목표를 세우고 6월을 맞이했나.
"4월에 타율 0.232로 부진했다. 5월에 3할을 넘기면서(0.303) 시즌 타율이 2할7푼 정도로 올랐다. 6월에는 시즌 타율을 3할로 끌어올리고 싶다.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니 부상에도 주의하겠다. 그렇게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르다보면 홈런도 나올 것이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지난 2년 동안 조아제약 주간 MVP(2010년 8월 넷째주, 2011년 4월 둘째주)를 받았다. 올해에는 월간 MVP를 주셨다. 감사드린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앞 타순에서 열심히 출루하고 뛰어주는 (정)근우 형에게 항상 고맙다. 형 덕분에 타점 기회가 많다."
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
▶월간 MVP 어떻게 뽑았나
장원삼(29·삼성)과 박병호(26·넥센), 최정이 치열한 '3파전'을 벌였다. 장원삼은 5월 5경기에 나서 4승무패 평균자책점 1.85를 기록했다. 삼성의 도약을 이끈 장원삼의 왼손에 눈길이 쏠렸다. 넥센 4번타자 박병호의 활약도 대단했다. 박병호는 타율 0.313·7홈런·28타점을 기록했다. 박병호의 힘은 넥센의 상승동력으로 승화됐다. 그러나 타석에서는 10홈런을, 수비에서는 멋진 다이빙 캐치를 선보인 최정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홈런 레이스'를 흥미롭게 만든 부분도 가산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