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섹시토크] 색기와 섹시를 구분하려는 태도
나는 색기가 있고 섹시하다. 연애와 섹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도 아니고, 섹스를 밝히거나 화려한 성생활을 영유하고 있기 때문도 아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성적인 존재였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매력은 남성에게도 요구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여자가 이 매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위험이 따른다. 웹에서 검색을 하다가 '색기와 섹시를 구분하지 못하는 여자들이 많은 것 같다'는 문장을 읽었다. 단어를 가지고 장난치며 지질한 남성 욕망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것을 보고 불편해졌다. 색기는 성적 매력을 의미하는 명사이고, 섹시는 '성적 매력이 있는'이라는 형용사이건만 둘에 무슨 차이가 있다는 것일까? 왜 그런 발언이 나오게 된 것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을 압도하는 위협적인 매력을 가진 여성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연약하고 불안한 마음이 가여웠다. 고매한 척, 특정한 여자에게만 자신의 몸과 마음이 반응한다고 말하며 과도하게 벗어대는 여자를 두고 까대는 남자들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바로 눈 앞에서 색기 가득한 여자가 아무도 모르게 자신에게만 어떤 기회를 준다면 무반응으로 일관할 것인지, 섹시한 여자가 단둘의 밤에 과한 색기를 드러낸다면 '내가 생각하던 여자가 아니야'라며 그 자리에서 박차고 나가 관계를 끝낼 것인지 궁금해진다. 머릿속 상상과 닥친 현실 앞에서 얼마나 신념을 지킬지 정말이지 궁금하다.
자신은 다르다고 말하고 싶은 남성이라면 그 문장에서 느꼈던 나의 불쾌함에 동조를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여자를 이해하는 척하며 개념있고 근사한 남자처럼 보이고 싶은 욕구 때문이 아니라 저 문장 속에 여성 혐오가 얼마나 철철 넘치고 있는지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
여성을 성적 개체로 보면서 그걸 또 세분화해서 구분 지으려는 태도는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일까? 은근히 섹시한 것이 좋다. 다 드러내는 것보다 보일 듯 말 듯. 남성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는데 어떤 여자가 쉽게 자주겠는가? 그러니 여자들도 줄 듯 말 듯, 줄다리기를 하며 자신을 상품가치화하는 몹쓸 태도를 가지는 게 아닌가? 어느 누구도 솔직하지 않은 재미없는 섹스, 남자들의 욕망에 맞춰 침대에서조차 조신함을 버리지 못하고 강박의 섹스를 해야 하는 건 뭔가 억울하고 슬프다.
남자들은 낮에는 요조숙녀 밤에는 요부라는 모순적이고 우습지도 않은 것을 여자에게 바란다. 모드 온오프 스위치가 있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말들도 불편하긴 매한가지이다.
아마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그들은 바뀌지 않을 테고 나만 쓸데없이 예민하고 시끄럽고 피곤한 여자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부당하지만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내게 준 불편함만큼 나도 이런 글로 불편함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여성은 남성에게 편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현정씨는?
사랑과 섹스에 대한 소녀적인 판타지가 넘치지만 생각 보다는 바람직한 섹스를 즐기는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블로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desirable-h.tistory.com]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