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출신의 김인식(65) 한국야구위원회 규칙위원장은 "구종을 규정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가지각색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공을 택한 이유다"라고 했다. 현재 한국프로야구 최고 구종 중 하나로 꼽히는 류현진(25)의 서클체인지업은 송진우·구대성 두 선배의 것을 응용한 것이다. 직구와 커브를 던지던 그는 '우타자 바깥쪽으로 흐르는 공'이 필요했고, 결국 명품 체인지업을 만들어냈다.
2012년 한국 프로야구에 '두개의 포크볼'이 등장했다. 이제 막 각팀의 에이스로 자리잡고 있는 이용찬(23·두산)과 윤희상(27·SK)의 주무기다. '포크볼'의 범주 안에 묶여 있지만 '다른 구종'이다. 필요로 하는 공이 달랐다. 결국 구속과 궤적이 다른 공이 탄생했다.
구속, 윤희상>이용찬
윤희상은 "나는 포크볼 구속이 135㎞ 정도 나와야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직구와 근접한 구속에서, 변화가 있는 공"을 원했다. 이미 슬라이더를 장착했던 그는 반대 방향으로 꺾이는 구종 중 포크볼에 매력을 느꼈다. 윤희상은 지난해 여름부터 야구 서적과 영상자료 등을 통해 우에하라 고지, 이와쿠마 히사시의 그립 등을 흉내냈다. 그리고 '빠르게 떨어지는 포크볼'을 완성했다. 윤희상은 "나는 손가락을 덜 벌려서 던진다. 다른 투수들은 검지와 중지의 마디뼈에 공을 걸치고 던지는데 나는 손톱 옆부분에 힘을 싣는다. 아무래도 구속이 더 나온다"고 했다. 이용찬의 공이 '일반적인 포크볼'에 더 가깝다. 그는 공을 깊숙하게 '끼고' 던진다. 구속은 120㎞대 중후반에 형성된다.
낙폭, 윤희상 <이용찬< strong>
이용찬이 구속을 포기하고 얻은 것은 '낙폭'이다. 이용찬은 "상대타자들이 포크볼을 노리고 있다고 해도, 커브나 슬라이더가 아닌 포크볼을 던질 때가 있다. '잘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 때다"라고 말했다. 일본 투수들이 포크볼을 던지는 이유와 같다. 12시 방향에서 시작해 6시를 목표로 해 던지는 공은 상대 타자의 '히팅 포인트'를 좁힌다. 이용찬은 "올시즌에 포크볼로 삼진 뿐 아니라, 범타를 처리하는 경우도 많다. 타이밍이 맞아도 정타가 아닐 때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윤희상은 "내 공은 낙폭이 작다. 굳이 비교하자면 슬라이더의 낙폭 수준이다. 용찬이의 포크볼은 커브처럼 떨어질 때도 있더라"고 했다.
좌우 변화, 윤희상>이용찬
'작은 낙폭'은 윤희상이 각오한 바다. 대신 그는 '휘는 방향'을 택했다. 윤희상은 "포크볼을 던질 때 팔꿈치를 살짝 비튼다"고 밝혔다. 윤희상의 포크볼은 팔이 비트는 각도에 따라 휜다. 슬라이더와 반대 방향이다. 윤희상은 '휘는 포크볼'로 왼손타자의 바깥쪽과 우타자의 몸쪽을 찌른다. 빠르게 움직이며 대각선으로 휘고 떨어지는 공. 윤희상을 상대하는 타자들의 머리 속은 복잡해 진다. 이용찬의 공도 좌타자 바깥쪽으로 휜다. 그러나 이용찬은 "정말 살짝 휜다"고 표현했다. '직구 스윙'에서 나오는 그의 포크볼은 좌우 변화가 심하지 않다.
지속성, 윤희상 <이용찬< strong>
이용찬은 "포크볼을 제대로 던지는 방법을 알 것 같다. 떨어지는 각도나 제구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매 경기 투구수의 30% 정도는 포크볼로 채울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용찬은 꾸준하게 포크볼을 던지고 있다. 반면 윤희상은 "손톱쪽에 이상이 생길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포크볼 구속이 떨어진다. 아무래도 다른 공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이용찬의 '포크볼 구력'은 2년이다. 갓 1년을 채운 윤희상 보다는 이용찬이 포크볼 구사에 더 익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