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톱스타 김원준(39)이 '허세남' 캐릭터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굴당')의 한물간 가수 윤빈이 김원준이 맡은 역할. 셀프컷을 찍으면서 자아도취 상태에 빠지고 읽지도 않으면서 영문으로 된 신문을 들고 다니는 등 과거를 잊지 못하고 허세를 떠는 인물이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옥탑방에 살면서도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으려 애를 쓴다.
순정만화 주인공같았던 과거의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파격적인 변신이다. 최근에는 극중 양정아의 도움을 받아 재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순정 허세남'으로 거듭났다. 싱어송라이터라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드라마 속 윤빈의 테마곡까지 직접 만들고 부르며 배역에 푹 빠져지내고 있다. 최근 아버지의 뇌졸중 투병 소식이 알려졌지만 어두운 기색없이 밝은 모습으로 촬영에 매진 중이다.
-한물 간 가수 역을 하게 된 계기는.
"처음엔 왜 내게 이런 제의를 했는지가 궁금했다. 코믹한 설정 등 기존에 해보지 못했던 역할이라 부담도 됐다. 하지만 작가님과 감독님을 만나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끝에 확신이 생겼다. 두 분이 윤빈 캐릭터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작가님과 감독님의 인상도 너무 좋았다. 함께 작업하면 즐거울 것 같았다."
-좋은 반응이 나올거라 예상하고 참여했나.
"오랫동안 연예계 생활을 한 만큼 어떤 반응에 민감해지는 시기도 지나쳐버린 것 같다. 전성기 때의 인기를 되찾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한 건 아니다. 그저 '재미있는 작업'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90년대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의무사항이 아니라면 안 갈 거다. 꼭 가야만 한다면 갔다가 금방 돌아오고 싶다.(웃음) 이제는 과거에 집착하기보다 추억을 간직할 줄 아는 기술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이 행복하다. 일을 즐기는 법을 알게 됐고 사람을 만날 때도 더 유연해졌다. 앞으로도 내 미래가 지금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극중 상대역인 양정아와 실제로도 친하게 지낸다던데.
"2년여 전 양정아 누나가 라디오를 진행할 때 게스트로 나가면서 친분을 쌓았다. '넝굴당' 촬영이 시작되면 내가 오빠로 바뀌지만 실제로는 누나다. 원래 친한 사이라 함께 연기하는 것도 편하다. 누나가 윤빈을 부를 때 특유의 억양이 있는데 그 목소리가 독특해서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따라하며 즐기고 있다."
-유독 누나들과 잘 엮인다. 또 스캔들 나면 어쩌려고 그러나.
"주변 시선 의식하면서 일부러 조심할 필요가 있나. 박소현 누나와도 여전히 잘 지낸다. '우리 결혼했어요' 때문에 열애설도 나왔는데 그만큼 우리가 프로그램에서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그 프로그램이 재미있었던 건 실제 내 성격이 잘 묻어났다는 거다. 그만큼 솔직해보였기 때문에 실제로 사귄다고 보는 분들도 많았던 것 같다."
-양정아 외 다른 배우들과는 극중에서 마주칠 일이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유준상 형 빼고는 한번씩 다 마주쳤던 것 같다. 준상 형과는 뮤지컬 '잭 더 리퍼'를 함께 하면서 친해진 사이였다. '넝굴당'을 시작할 때도 '우리 둘이 나오는 신은 진짜 폼나게 만들어보자'라고 했는데, 막상 40회가 넘도록 함께 등장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희준은 세트장에서 한번 마주쳤다. 희준이와 친한 연극계 선배들을 나도 잘 알기 때문에 지인들 이야기를 하며 빠른 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다."
-후배가수 성시경이 '왕년의 맞수' 역으로 특별출연했다.
"그날 시경이는 정말 귀여웠다. 애드리브까지 준비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요즘 김승우 선배가 직접 나서서 '1박2일' 팀을 카메오로 동원해주고 있다."
-'넝굴당'의 윤빈 테마곡은 음원으로 발표할 예정인가.
"최근 녹화에서 '크레이지'라는 곡을 불렀다. 원래 '돈 스탑 더 뮤직'과 함께 윤빈의 테마곡 중 하나로 썼는데 이번에 다시 편곡을 했다. 이번 곡이 방송을 탄 후에 음원으로도 발표할 예정이다."
-여전히 동안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운동과 관리가 필수다. 거주지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단골 피부과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유산소 운동은 천천히 오랫동안 걷는 게 좋다. 수영도 적극 추천한다. 원래 식탐이 있어서 많이 먹는 편인데 잠들기 전 4~5시간 전에는 안 먹는다. 또 천천히 먹는 것도 좋다. 오래된 습관이다."
-'절친' 류시원이 이혼소송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늘 그랬듯이 지혜롭게 잘 헤쳐나갈거라 믿는다.”
-결혼계획은.
"글쎄. 나도 내가 언제 결혼하게 될지 궁금하다. 이상형도 실시간으로 바뀐다.(웃음) 욕심이 있다면, 나와 생각이 많이 닮은 여성을 만나고 싶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