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36) K-리그 명예홍보팀장이 올스타전 득점을 통해 '화룡점정'을 이룰 수 있을까.
안 팀장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 올스타전에 2002한·일월드컵 멤버들이 모임 '팀 2002' 선수로 뛸 예정이다. 4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홍)명보 형과 (황)선홍이 형만 잘 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몫은 최선을 다해서 해결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공격수로서 '팀 2002' 득점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안 팀장은 K-리그 올스타전을 앞두고 '팀 2002' 멤버들의 섭외를 맡았다. 2002월드컵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한 명 한 명과 직접 만나고, 또 통화하며 적극적으로 동참을 요청했다. 특히나 '팀 2002' 멤버들 중에서도 VVIP라 할 수 있는 거스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의 참여를 유도하는데 많은 힘을 쏟았다. 때로는 간곡한 설득으로, 때로는 과감한 베팅으로 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히딩크 감독의 경우 통화와 만남을 병행했다. 5월 '히딩크 드림필드' 준공식을 위해 히딩크 감독이 방한한다는 소식을 접한 안 팀장은 여러 차례 전화통화하며 옛 스승 설득 작업에 나섰다. 홍보팀장으로서의 바쁜 일정 탓에 히딩크 감독과의 조우가 어려워지자 감독과 친분이 남다른 자신의 에이전트를 통해 이번 올스타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도록 했다. 안 팀장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정재훈 모로스포츠 대표는 "휴일이라 개인시간을 보내던 중 안 팀장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히딩크 감독의 숙소 호텔로 달려갔다"면서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안정환에게 자세히 들어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할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지성 섭외는 안 팀장이 몸으로 뛰어 이뤄냈다.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며 설득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5월23일에 태국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안드림컵(박지성 자선경기)에 직접 참가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태국 현지에서 안정환은 "내가 이 경기를 함께 했으니 너는 K-리그 올스타전에 꼭 나서주면 좋겠다"며 박지성의 양심(?)을 자극했다. 축구선배의 열의에 감동한 박지성은 고심 끝에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당초 4일이던 소속팀 복귀 날짜를 9일로 늦췄고, 올스타전 참가를 알렸다.
안정환 팀장은 대회 자체의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최근 SBS의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컬투쇼'에 출연해 K-리그를 홍보하며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한 것이 좋은 예다. 평소 예능 관련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던 그였지만 'K-리그 올스타전 홍보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생각에 큰 맘 먹고 방송사의 출연 요청을 수락했다. 방송 내용도 올스타전에 대한 것으로 한정해 명예홍보팀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정재훈 대표는 "(안)정환이가 K-리그 명예홍보팀장이라는 역할에 대해 이렇게까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제2의 축구인생을 맞아 현역 시절 못지 않게 열심히 뛰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올스타전에서 시원하게 골을 넣어 화룡점정을 이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