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소통이 문제였다. 프로야구는 지난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파란 눈의 이방인'들과 함께 생활했다. 외국인 선수들과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언어. '묘한' 영어 한 마디에 갈등이 시작돼 팬들의 싸움으로까지 비화된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지난 3일에는 나지완(KIA)이 프록터(두산)가 말한 'Yell it me NIP(응원해, 니퍼트)'를 'Yellow Pig(노란 돼지)'로 오해해 벤치 클리어링을 일으켰다.
또다른 사례는 2008년 6월15일 일어난 레이번(당시 SK)과 최경환(당시 롯데)의 충돌이다. 당시 최경환은 0-9로 뒤진 6회 1사 3루에서 2루수 앞 땅볼로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이후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던 중 영어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던 레이번과 대립했다.
이유는 바로 레이번이 말한 '스틸'(Steal)'의 의미를 서로가 다르게 받아들였기 때문. 레이번은 KIA 타자들이 무관심 '도루'(Steal)를 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이었으나 최경환은 사인을 '훔친다'(Steal)는 비아냥으로 받아들여 서로 얼굴을 붉혔다. 이후 속개된 경기에서 SK 투수 윤길현이 최경환에게 빈볼을 던져 벤치 클리어링은 물론이고 팬들 간의 싸움으로까지 번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초등학생도 알 법한 '스틸'이라는 단어의 해석을 놓고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이듬해 발생한 브룸바(당시 히어로즈) 퇴장 사건도 비슷한 경우다. 브룸바는 2009년 6월8일 문학 SK전에서 주심의 헛스윙 판정에 강하게 불만을 드러내다 시즌 1호 퇴장을 당했다. 당시 심판진은 "브룸바가 욕설을 해 퇴장시켰다"고 했지만 브룸바는 "욕설은 없었다"고 항변해 언어 소통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박찬호(39.한화)도 미국 시절 영어의 해석 때문에 오해를 산 적이 있다. 2002년 메이저리그 텍사스로 이적한 후 성적 부진을 겪으면서 그가 인터뷰에서 종종했던 말이 바로 'Who cares'다. '(성적에) 개의치 않겠다'는 '쿨'한 발언이었지만, '신경을 끄겠다'는 잘못된 표현으로 받아들여져 한동안 지역 언론으로부터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들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