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제6차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사장 회의)가 10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려 제10구단 창단 승인 여부를 다시 논의했다. 이장석 넥센 사장이 개인적인 이유로 불참했고 구본능 KBO 총재와 나머지 8개 구단 사장들이 오전 9시부터 회의를 시작했다. 이사들은 평소와는 달리 다소 굳은 얼굴로 프로야구 최대 현안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주고 받았다.
5월8일 제4차 이사회가 10구단 창단 심의를 보류한 데 이어 6월19일 임시이사회에서도 10구단 창단이 무기한 유보되자 야구계는 깊은 갈등에 빠졌다. 선수들과 야구 원로, 팬들 대부분은 10구단 창단을 지지했다. 10구단을 만들겠다는 기업들과 지자체도 나타났다.
그러나 총회(구단주 회의)를 대신해 회원(구단) 자격의 취득 권한을 가진 이사회가 반대했다.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21일 예정된 올스타전을 보이콧 하겠다고 선언했고, 노조 설립을 시사하기까지 했다.
'결정권을 가진 소수'와 '결정권이 없는 다수'는 서로의 논리를 앞세워 팽팽히 맞섰다. 10구단 창단을 둘러싼 찬성과 반대, 겉말과 속뜻, 다수와 소수의 대립구도를 정리했다.
①시기상조 vs 시기적절
일부 기존 구단의 10구단 반대 논리는 '선수 수급과 인프라 문제'다. 이사회는 6월19일 브리핑에서 "현재 53개에 불과한 고교 야구팀으로는 선수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경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우려가 있다. 10개 구단 체제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장병수 롯데 사장은 "우리나라 인구를 감안하면 8개 구단도 많다"고 리그 확장을 강경하게 반대했다.
시기상조론에 시기적절론이 맞섰다. 윤동균 전 OB 감독은 9일 전직 프로야구 감독들의 '10구단 창단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프로야구는 출범 때부터 모두의 노력으로 시기상조를 시기적절로 만들었다. 10구단 창단의 호기를 놓치면 시기상실이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기형적인 9구단 체제를 빨리 끝내야 한다는 명분도 있다.
②수요→공급 vs 공급→수요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느냐,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느냐는 경제학 논쟁이 프로야구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이사회는 "고교 팀이 늘어나야 안정적인 선수 수급이 가능하다. 그리고 현재 구장 인프라에서는 새 구단이 창단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수와 시설 공급이 부족하면 10구단 수요가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생구단 찬성론자들은 반대 논리를 편다. 프로구단이 많아지면 일자리가 늘어나 중·고교 야구팀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우리나라는 프로가 아마추어를 끌고 가는 구조다. 기존 구단들이 지난 30년간 선수와 구장에 투자한 게 무엇인가. 오히려 9구단 NC가 생기면서 좋은 구장이 생겼다"고 일침을 가했다.
③야구 발전 vs 재벌 리그
구단 사장들은 6월19일 이후 10구단 창단 유보에 대한 다른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프로야구의 질적 저하를 막고 야구 발전을 위한 결정"이라고 원론적인 대답을 내놨을 뿐이다.
선수협과 야구 원로들, 여러 시민단체들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10구단을 찬성하는 이들은 "결국 프로야구를 재벌들의 리그로 유지하겠다는 의도 아닌가. 신규 사업자의 정당한 시장 진입을 막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10구단을 반대하는 합리적이고 솔직한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④힘 있는 소수 vs 침묵하는 다수
이사회 재적이사의 의견이 다 같은 건 아니었다. 9구단 NC 창단 때부터 반대했던 롯데에 이어 삼성과 한화가 10구단 창단을 저지했다. 입김이 센 삼성과 롯데가 주도하자 '조건부 찬성' 또는 '조건부 반대' 입장이었던 다른 구단 이사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구본능 KBO 총재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채 '힘 있는 소수'에 끌려다녔다.
경기인으로서 첫 구단 사장(삼성)을 역임했던 김응용 전 삼성 감독은 "몇몇 사장들이 이사회를 좌지우지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사회 의결(야구규약 23조 1항)은 재적이사 3분의2 이상의 출석과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지난 이사회에서는 일부 구단의 주도 탓에 10구단 문제를 표결에도 부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