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를 인수한 롯데쇼핑에 대해 국제 신용평가회사(신평사)들이 잇달아 신용등급 하향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히면서 롯데가 하이마트 1조2000억원에 달하는 하이마트 인수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 5일 롯데쇼핑의 하이마트 지분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과 관련, 차입금 부담 우려에 따라 롯데쇼핑과 롯데쇼핑이 지급보증을 제공한 자회사인 롯데쇼핑비지니스매니지먼트(홍콩)의 기업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무디스, 롯데쇼핑 신용등급 하향검토
무디스는 “롯데쇼핑이 하이마트 인수를 통해 구매 협상력을 제고하고 하이마트의 소싱 능력 (sourcing capabilities)을 활용하는 등 어느 정도의 시너지 효과는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시너지 효과는 1조2000억원(미화 11억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인수비용과 그다지 우수하지 않은 하이마트의 재무지표로 인하여 상쇄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향후 1~2년 간 소비지출 부진과 규제강화에 따른 이익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며 “롯데쇼핑의 재무지표에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디스와 더불어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로 꼽히는 피치도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려놨다. 피치는 “하이마트 인수는 롯데쇼핑의 신용도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순수 레버리지를 2.5배 이상으로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이처럼 롯데쇼핑의 하이마트 인수에 부정적인 까닭은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할 현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롯데쇼핑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6572억원으로 하이마트 인수에 필요한 자금에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당장 회사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감안하면 결국 롯데쇼핑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하이마트 인수자금 중 적어도 1조원 가량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보유 부동산 유동화로 인수자금 마련할수도
이 경우 2011년 3.4배였던 세금·이자지급전이익(EBITDA))대비 차입금비율이 약 4배 수준으로 증가해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 라는게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우려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자금을 모두 외부에서 조달할 경우 금융비용이 1498억원에서 1996억원으로 500억원 가량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시장의 경고 때문인지 당초 회사채 발행을 통해 하이마트 인수자금을 마련하려던 롯데그룹도 회사채 발행과 더불어 자산유동화, 계열사들의 하이마트 지분 인수참여 등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으로서는 상대적으로 간편하고 금리가 싼 회사채나 일본에서 엔화채권을 발행해 조달하는 것이 유리하기는 하지만 이 경우 무디스의 경고대로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보유 부동산을 되사는 조건으로 매각하거나 계열사들이 분담하는 방식으로 인수자금의 일부를 조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