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31)가 변했다. SBS 월화극 '추적자'에서 지독하도록 악랄한 캐릭터 PK준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면서 기존의 꽃미남 이미지를 지워버렸다. PK준은 자신의 차에 치여 다친 여중생을 다시 차바퀴로 짓이겨 죽음에 이르도록 만들고도 뻔뻔하게 시치미를 떼는 파렴치한이다. 재벌집 연상녀를 스폰서로 두고 문란한 생활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바른생활을 하며 인기가수로 살아가는 이중적인 인물이다. 드라마의 전반 4회까지만 등장한후 죽음으로 하차했지만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PK준은 이전에 맡았던 역할과 확연히 다른 캐릭터다.
"호스트바 출신의 한류스타인데 맥주를 입에 달고 사는 인물이다. 대본을 읽은 뒤 '정말 비호감이다. 더럽게 망가져보자'는 생각을 했다. 보기만 해도 '평소 정말 나태하게 사는구나'라고 느껴지길 바랐다. 그래서 살을 5~6kg 찌우고 두 눈은 반쯤 풀린 상태로 연기했다. 메이크업도 안하고 머리카락도 만지지 않았다. 뺑소니 사건에 연루되면 외모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것 같았다. 좀 더 현실감 있게 표현하고 싶어서 논현동에 위치한 호스트바까지 직접 들러 거기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취재했다."
-주변 반응은 어떻던가.
"'피부가 왜 그러냐' '이용우도 많이 망가졌다'는 이야기를 꽤 들었다. 한 지인은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이용우는 눈빛이 썩었다. 거리를 뒀으면 좋겠다'는 충고를 들었다고 한다. 욕을 많이 먹고 진심으로 미워하는 분들이 많아졌지만 모든 반응이 칭찬처럼 들린다. 이런 마음을 갖게 된 건 최민식 선배의 영향이 크다. 캐릭터를 잡아갈 때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를 보게 됐다. 방송에서 최민식 선배가 '배우들이 외모에만 신경을 많이 쓴다. 요즘에는 근육 때문에 팔을 제대로 못 움직이는 배우도 있다'며 '육체적인 운동 보다 정신적인 훈련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반성도 많이 했고 이전과 다른 마음을 갖고 연기하게 된 계기가 됐다."
-연기파 배우들과의 출연이 부담스럽진 않았나.
"조남국 감독님과 훌륭한 선배들 밑에서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특히 변호사로 출연중인 전국환 선생님은 최고의 배우다. 데뷔 39년차 배우지만 대본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으셨다. 반성을 정말 많이 했다. 손현주 선배는 KBS 단막극 '남자가 운다'(11)에 함께 출연했었는데 늘 배려해 주신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아도 상대 배우를 위해 같이 연기를 해주신다. 김성령·김상중 선배는 후배들이 주눅들지 않게 먼저 인사를 건네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셨다. 드라마 자체는 긴장감이 팽팽히 흐르지만 현장 분위기는 평화롭고 따뜻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출신들이 만든 LDP현무용단의 활동도 활발하다.
"무용보다는 연기에 치중하고 있다. 무용계에선 전문가지만 연기에 있어서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풋내기 수준이다. 모르는 것과 못하는 것은 매력적이다. 모르고 못하니까 어 배우고 싶더라. 작은 것을 이뤘을 때의 성취감도 크다. 40대가 되기 전까지 비중을 따지지 않고 배우는 자세로 연기공부를 하고 싶다."
-1년 전에 열애를 인정한 여자친구와 아직 만나나.
"잘 만나고 있다. 무용을 함께 전공하는 친구라 마음이 잘 통한다. '추적자'를 보고 연기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는 칭찬도 들었다. 옆에 있는 것 만으로 든든하다."
-차기작은 결정 됐나.
"고르는 중이다. 차기작에서는 악역과 반대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코믹한 역할이나 사이코패스 역도 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