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만원짜리 삼성디지털TV를 69만원에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거짓말에 넘어가 100여명의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식당종업원으로 일하는 김 모(38)씨는 2010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주변의 지인들에게 “매장에서 160만원을 호가 하는 디지털TV를 69만원에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속여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신정점과 화곡점, 영등포점 법인 통장에 약 8000만원의 돈을 입금하도록 했다. 그러나 약속한 TV가 도착하지 않은 데 의심을 품은 피해자들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결과, 모든 것이 김 씨의 사기행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는 69만원에 디지털 TV를 사게 해주겠다는 거짓말이 탄로날까봐 또다른 거짓말로 새로운 피해자를 끌어들이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현재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판매점인 디지털프라자가 편법판매로 일관하며 피해규모를 키웠다는 점이다. 디지털프라자 직원들은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69만원씩 입금한 돈이 TV 한 대값이 되면 피의자 김 씨가 지정한 장소로 배송했다. 입금자와 배송지가 다른 데다, 여러사람이 각각 다른 이름으로 돈을 입금했음에도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물건을 배송한 것이다. 직원들이 김씨의 사기행각을 도왔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심지어 디지털프라자 직원들은 입금이 되지 않았는 데도 김 씨가 지정한 배송지로 제품을 배송한 후 입금을 독촉해 김 씨의 사기행각을 부추기기도 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실제로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의 한 영업사원은 김 씨에게 “총 2500만원 중 80만원 수금, 2420만원 미수금”이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김씨에게 속아 디지털프라자 통장에 400여만원을 입금했다는 김영수(34·가명) 씨는 “처음 69만원을 입금했을 때 TV와 함께 사은품이라며 전자레인지까지 받아, 김씨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TV를 더 사기 위해 330만원을 추가로 입금했다”며 “애초에 삼성전자가 제대로 판매를 했다면 피해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도 피해자다. 김 씨가 TV를 대량 구매하겠다고 찾아와 돈이 들어오는 대로 물건을 배송해 준 것 뿐”이라며 “돈을 입금했는 데도 제품을 받지 못한 소비자에게는 돈을 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입금자와 배송자가 다른 데도 물건을 배송한 점이나 입금이 되지 않았는 데도 물건을 배송한 것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일선 영업사원들의 판매의욕이 높다보니 벌어진 일 ”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자제품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이에대해 “일선 영업점의 판매사원에게 가해지는 실적압박이 엄청나다.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더라도 일단 물건을 팔고 봤을 것”이라며 “실적지상주의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같은 사건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