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면 '우비소년'이란 캐릭터가 생각난다. 2002년 KBS '개그콘서트'에서 '우비 삼남매'란 코너가 큰 인기를 끌어 노란 우비를 뒤집어 쓴 박준형·김다래·권진영이 스타덤에 올랐다. 사실 '우비 삼남매'는 엉뚱한 캐릭터 '우비소년'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것이다.
빵빵한 얼굴에 노란 우비를 덮은 '우비소년'은 2001년 '엽기토끼'·'졸라맨'에 이어 플래시애니로 뜬 개성 강한 캐릭터였다. 이 때가 우리나라 문화 흐름에서 하나의 전환기였다. 그 전까지 캐릭터라고 하면 공주처럼 예쁜 것이 대세였다.
어느날 갑자기 이마로 병을 깨고, 뻥뚫어를 머리에 붙이고 다니는 '엽기토끼', 큰 머리에 작대기 같은 몸을 가진 '졸라맨'이 큰 인기를 얻었다. 그 다음엔 '뭐가 나올까' 궁금할 정도였다. '엽기토끼'와 '졸라맨'이 사람은 아닌데 비해, 주근깨 얼굴로 못생긴 '우비소년'은 우비를 뒤집어 쓴 소년이었다. 요즘 유행어 대로 '홀~쭉'하고, 바싹 마른 졸라맨과는 정반대의 통통한 캐릭터였다.
사람들은 캐릭터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다. 그런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로 바뀌어감을 뜻한다. 지금은 '엽기토끼' '졸라맨' '우비소년' 등이 더 이상 '이단아'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의 개성이 강해졌다.
나는 로이비주얼이 제작한 '우비소년'을 캐릭터 인형으로 개발해 생산유통까지 했다. 인형을 만들 때 난관이 하나 있었다. 인형에다 노란 우비를 뒤집어 씌우고 박음질을 하면 재봉 자국이 밖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럴 경우 품격이 떨어지고 거칠어 보인다. 품격 있고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는 박음질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재봉한 원단을 일일이 뒤집어야 한다. 일일이 수작업을 하던 직원들은 우비를 뒤집다가 손톱이 까지고 물집이 생겨 고생했다. 크기가 작아서 하나하나 손으로 꼼꼼이 뒤집고 쓰다듬듯 손질을 해야 우비 옷이 맵시있게 빠지기 때문이다. 뭐든 처음 개발할 땐 생각지 않은 것에서 난관이 생긴다. 직원들의 불평을 피자로 달래가면서 이 작업을 끌고 갔다.
'우비소년'은 뚱딴지 같이 튀어나온 캐릭터다. '우비소년'이란 캐릭터를 만든 감각은 얼마나 뛰어난가. 캐릭터가 분명하니 상품을 만들기도 좋았던 거다. '우비소년'을 플래시애니로 만든 회사가 로이비주얼이다. 그 때도 그 회사는 '우비소년'을 만들어낼 정도로 감각이 있다.
'우비소년'은 상품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고, 휴대폰 줄에 달린 인형·큐방(흡착판)이 달린 인형도 많이 팔려 나갔다. 우리가 인형으로 만든 후인 2003년부터 SBS·KBS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정식 방송됐다. 나는 '우비소년'의 성공은 개성과 엉뚱함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비오는 풍경을 보며 무언가를 만들낼 수 있는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