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사회 후 영화에 대한 찬반이 심하게 엇갈렸던 터라 예상을 뒤집는 흥행세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영화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쪽에선 억지스런 설정과 스토리의 비약을 약점으로 내세웠다. 세상을 감염과 죽음의 공포에 빠뜨린 제약회사의 음모에 꼼짝도 못하는 정부, 그리고 이런 제약회사로 조아제약과 구충제 윈다졸이 실명 그대로 등장한다는 게 거슬렸다. 엔딩으로 가면서 사건과 갈등이 순식간에 해결되는 것도 리얼리티를 해치는 요소로 지적됐다. 평단 사이에서는 '잘해야 100만'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연가시'는 이를 비웃듯이 개봉 3일만에 100만, 11일만에 300만을 돌파하며 부정적 시각을 단번에 걷어냈다. 17일만에 400만명을 넘어선 후 24일까지의 누적관객은 429만5525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 이대로라면 이번 주말쯤이면 올해 개봉한 국내영화 중에 최고 흥행 기록('범죄와의 전쟁' 468만여명)을 갈아치우는 건 물론 조만간 '500만 고지'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쯤되자 한국 최초의 감염 재난영화로서 '연가시'의 흥행 요인과 그 파급효과에도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흥행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소재의 참신함과 개연성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올만큼 잘 알려진 연가시를 살인기생충이라는 변종 연가시로 바꿔서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리얼리티를 부여한 것이다. 실제로 이같은 연관성 때문에 '연가시 괴담'이 돌기도 했으며 10~20대 관객층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는 할리우드식 재난 스토리에 탄탄하게 얹혀진 가족적 드라마다. 전체적으론 감염의 공포를 빠른 편집으로 보여주고 있으나 이야기의 핵심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한 가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연기력이라면 빠지지 않는 김명민이 바로 이 가장 역을 맡아 특유의 열정적인 호흡으로 감동을 자아냈다.
이에 따라 파급효과도 톡톡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흥행부진에 허덕이던 CJ E&M은 모처럼만에 맛본 흥행 단맛에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시체가 돌아왔다' '코리아' '차형사'의 흥행 성적이 줄줄이 기대에 못미쳐 한 때 위기론마저 대두됐으나 '연가시'의 예상치못한 성공에 무척 고무된 상태다.
김명민·문정희·김동완·이하늬 등 출연배우들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특히 김명민은 올초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페이스 메이커'의 흥행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슬럼프에 빠지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았으나 '연가시'를 계기로 다시 정상을 지키게 됐다.
CJ E&M 측은 "본격적인 방학을 맞이하면서 평일 하루에도 6만명 이상이 관람하는 등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재관람 조짐도 관측된다"면서 "1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이 관람하고 있어서 500만 돌파도 조심스레 점쳐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