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포항야구장 개장 경기에서 승리했다. 삼성은 14일 포항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스물아홉 동갑내기 최형우와 장원삼의 투타 활약에 힘입어 6-3으로 이겼다.
지난해 타격 3관왕(홈런·타점·장타율 1위) 최형우의 시즌 초반 성적은 처참했다. 개막 이후 34경기 동안 홈런을 치지 못해 2군까지 내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최형우는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심기일전했다. 그는 "언제부터 내가 야구를 잘했냐. 초심을 찾아야 한다"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6월까지 홈런 3개에 그친 최형우는 7월 이후 28경기에서 8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포항구장 개장 경기에서 그의 방망이는 뜨거웠다. 최형우는 0-1로 뒤진 4회 2사 1루에서 한화 선발 박찬호로부터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이어 진갑용의 2루타 때 홈을 밟아 역전을 만들었다. 3-3으로 맞선 6회말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우측 파울폴 위를 넘기는 홈런을 때렸다. 한대화 한화 감독은 파울이 아니냐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결과는 뒤집히지 않았다. 최형우는 5-3으로 앞선 7회말에도 쐐기를 박는 1타점 2루타를 터트리며 4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최형우는 홈런 상황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넘어갔다고 판단했다"며 "컨디션은 사실 좋지 않다. 홈런은 쳤지만 기복이 심한게 문제다. 홈런 뒤 무안타인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투수 장원삼이 호투했다. 한화전 4연승중이던 장원삼은 1회 이여상에게 개장 첫 안타를 2루타로 내준 뒤 김태균에게 적시타를 맞고 선제점을 내줬다. 그러나 2회부터는 최고 시속 145㎞의 직구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안쪽과 바깥쪽을 구석구석 직구로 찌른 뒤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았다. 좌타자에게는 절묘한 슬라이더를 섞어 범타를 유도했다.
막바지에도 한 차례 위기는 있었다. 1-3으로 뒤진 6회 1사 뒤 이여상에게 솔로홈런을 맞으면서 흔들렸다. 2사 뒤에는 김태균에게 안타를 맞고 이대수에게 3루타를 맞아 동점까지 허용했다. 장원삼은 최형우의 역전홈런으로 리드를 잡은 뒤 7회말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뒤에는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7이닝 3실점 6피안타 12탈삼진으로 개인 최다승인 14승째를 올린 장원삼은 다승 2위 그룹인 탈보트(삼성)·니퍼트(두산)·나이트(넥센)과의 격차를 3승으로 늘렸다. 탈삼진 12개는 개인 최다 기록.
장원삼은 "개인 최다 탈삼진은 경기 뒤에야 알았다. 포항 개장 경기에서 첫 승을 해 기분이 무척 좋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최다승을 기록해 기분이 좋다. 나갈 때마다 타자들이 너무 잘 쳐줘 고맙다"고 웃었다. 3연승을 달린 삼성은 이날 승리로 2위 두산과 승차를 2.5경기로 늘렸다.
한편 지난 7월 31일 완공된 포항야구장(1만432석)은 개장 경기에서 용광로같은 야구 열기를 뿜어냈다. 8일 실시된 인터넷 예매에서는 20분만에 7000장이 매진됐고, 14일 오후 3시부터 현장판매된 3000장도 1시간 44분만에 모두 팔렸다. 경기 전부터 비가 내렸지만 우산과 우비를 동원해가며 경기장을 찾은 포항 팬들은 홈팀 삼성의 승리에 열광했다. 포항 출신인 류중일 삼성 감독은 "포항야구장 개장 경기에서 승리해 기분좋다. 선수들의 이기려는 의지가 돋보였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