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숯바비큐치킨전문점 ‘훌랄라’ 김병갑 회장(45)의 지론이다. 김 회장은 이 같은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1999년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들여 경기도 이천에 1호점을 낸지 12년만인 지난해 가맹점이 1000개를 넘어서고 본사매출 6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공의 밑바탕에는 전국 가맹점을 직접 돌며 매출현황과 주변 경쟁 환경을 꼼꼼히 챙긴 김 회장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다. 덕분에 훌랄라의 폐점률은 프랜차이즈업계 최저수준으로 꼽힌다.
치킨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김 회장은 요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사업구상에 여념이 없다.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가맹점이 1000개를 넘어서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매출이 정체된다고 한다. 그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어떻게 하면 성장 정체를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다. 김 회장으로부터 훌랄라의 새로운 성장전략에 대해 들었다.
-작년부터 바비큐치킨 외에 여러 가지 다양한 사업을 시도한 것으로 아는데.
“지난해 초 가맹점이 900개를 넘어서니 매출이 제자리걸음하는 게 눈에 보였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도넛부터 꼬치주점, 삼겹살까지 이것저것 손대봤지만 별 재미를 못 봤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본업인 치킨사업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훌랄라를 만들어 준 소중한 가맹점들과 함께 성장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로 시작한 사업들이 다 실패한 건가.
“그렇진 않다. 지난해 초 시작한 커피전문점 라떼떼의 경우 신촌 1호점을 중심으로 5개의 직영점이 잘 운영되고 있다. 뒤늦게 커피전문점 시장에 뛰어든 것에 비하면 무난한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또 당장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업들도 길게 보면 큰 자산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지금 베이징에 훌랄라 1호점 개점을 준비하고 있는데 중국의 외식시장은 치킨같은 한 가지 품목만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가 없다. 중국시장에 진출할 때 도넛이나 커피전문점 등 그동안 외도를 하며 쌓은 경험들이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실패가 아니라 소중한 수업료를 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킨집이 전국에 5만개라는데, 포화상태에 이른 치킨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까.
“‘작은 장사꾼은 돈을 쫓고 큰 장사꾼은 길을 찾는다’는 말이 있다. 당장의 매출을 올리는 데 급급하기보다 훌랄라 브랜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다면 충분히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오늘날의 훌랄라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가맹점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훌랄라만의 경쟁력이 갖춰질 것이다.”
-브랜드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그동안 치킨집은 소규모 점포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형 직영점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현재 직영점이 신림동과 신촌을 중심으로 5개가 있는데 이를 서울 강남과 부산 서면 등 전국 주요 도시의 번화가를 중심으로 1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직영점이 중심상권에서 플래그십(기함) 역할을 하면서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를 높이면 이를 통해 확보된 고객들을 가맹점들이 흡수한다면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성공하는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콜센터 설치를 통해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치킨업계 최초로 기프티콘 형태의 모바일 쿠폰을 발행하는 등 온라인마케팅에도 적극 나서서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콜센터 설치는 다른 업체들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다른 배달 전문 치킨 프랜차이즈와 우리 훌랄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다른 치킨전문점들이 배달 중심의 영업을 해왔다면 훌랄라는 홀 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해 성공했다. 훌랄라가 후발 주자이면서도 단기간에 업계 정상에 오른 것도 배달 전문 치킨점과 차별화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훌랄라 가맹점들 중에는 배달을 하지 않은 곳이 상당히 많다. 이제까지는 굳이 배달을 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배달 고객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가맹점들이 보다 쉽게 배달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콜센터를 운영뿐만이 아니라 배달대행업체까지 주선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배달을 하지 않던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같은 패스트푸드업체들이 배달서비스에 나선 것과 같은 차원이다.”
-직영점을 확대하고 콜센터 설치 등 마케팅을 강화하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텐데.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기 보다는 훌랄라를 완전히 차별화된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길게 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 2~3년 정도는 수익을 전액 재투자할 생각이다.
앞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의 길을 똑같이 따라간다면 더 쉽게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나만의 노하우, 실력, 경험 등을 갖지는 못한다. 다른 사람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훌랄라만의 자산과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