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46) KIA 투수코치가 윤상원 구심에게서 공을 받아들고, 마운드로 올라갔다. 김진우(29·KIA)는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이 코치와 자신의 손을 번갈아 바라봤다. '노 히트'의 호투. 하지만 이미 교체사인이 나온 상황이었다.
19일 문학 SK전에 선발 등판한 김진우는 3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했다. 1회와 2회는 모두 삼자범퇴. 3회 볼넷과 몸에 맞는 공으로 1사 1·2루에 몰렸지만 김강민을 3루 땅볼로 유도한 뒤 임훈을 시속 130㎞짜리 파워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상대 선발 김광현(24·SK)도 4회초까지 1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2002년의 괴물신인 김진우(계약금 7억원)와 2007년의 거물신인 김광현(계약금 5억원)의 생애 첫 맞대결은 이렇게 팽팽하게 진행됐다.
4회말 갑작스럽게 김진우가 제구력 난조를 보였다. 1사 뒤 이호준에게 볼 4개를 연속해서 던진 그는 박정권에게도 3볼로 몰렸다. 이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와 김진우의 오른손을 유심히 살폈다. 김진우의 오른 검지에 물집이 잡혀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 던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김진우는 다시 마운드에 섰다. 박정권에게 또 볼을 던져 볼넷. 박진만을 3구 삼진으로 처리하며 분위기를 바꾸는 듯했지만 투구 뒤 동작에서 불편함이 묻어나왔다. 정상호와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로 맞서고 있을 때 선동열 KIA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이 코치는 홈 플레이트를 들른 뒤 마운드로 올라갔다. 한 이닝에 같은 투수에게 투수코치가 두 번 다가가면 투수를 교체해야 한다. KIA 코칭스태프는 이미 김진우 교체를 결정했다. KIA 관계자는 "물집으로 인해 통증이 생겼고, 공이 날리는 듯했다. 결국 교체 사인이 나왔다"고 전했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손영민이 정상호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박재상을 삼진처리하며 김진우의 이날 기록은 3⅔이닝 무피안타 무실점 5사사구 5탈삼진으로 남았다.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 중이던 김진우는 이날도 '노 히트'로 호투를 이어갔다. 하지만 작은 물집 하나에 제동이 걸렸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김진우의 표정은 내내 어두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