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민(25·한화)에게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한대화(52) 한화 감독이 '제작'했고, 박찬호(39)가 '감수'했다. 김혁민은 "좋습니다"라고 받아들였다.
한 감독은 24일 대전 KIA전이 우천 연기되기 전 "김혁민에게 별명은 선사하고 싶은데 어떤 게 좋을까"라고 운을 뗐다. 지난해 6월 한 감독은 김혁민에게 "야구를 정말 잘할 때 별명을 지어주겠다"고 했다. 이제는 때가 됐다. 한 감독은 "김혁민이 이제 확실히 올라선 것 같다. 예뻐 죽겠다"며 고민을 시작했다.
첫 번째 제시어는 보문산이었다. 한 감독은 "대전 사람이 말고는 보문산을 잘 모르지 않나. 김혁민을 통해 보문산을 홍보할 수 있으니 좋다"고 했다. 보문산을 이을, 최근 김혁민의 '공격적이고 정확한 투구를 연상시킬 단어'가 필요했다.
한 감독은 "선동열(KIA) 감독의 현역 시절 별명이 '무등산 폭격기'였다. 혁민이는 선 감독에 비할 정도는 아니니까, 그것보다는 순한 단어를 택해야 한다"고 조건을 정한 뒤 "아, 전투기 어떤가. 보문산 전투기"라고 말했다. 대전을 홍보하면서 김혁민의 이미지를 살릴 최적의 별명.
한 감독은 더그아웃 앞에 서 있는 박찬호에게 "김혁민 별명을 '보문산 전투기'로 하려고 한다. 네 생각은 어떤가"라고 했다. 박찬호는 "선 감독님 별명이 '폭격기'였죠. 혁민이에게 '전투기'가 어울립니다"라고 답했다.
당사자 김혁민이 한 감독 앞에 섰다. 한 감독은 "이제부터 너를 '보문산 전투기'로 부르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가"라고 물었다. "보문산 전투기요?"라고 되물은 김혁민은 "좋습니다"라며 웃었다.
한화 팬들은 마른 체구와 갸름한 얼굴의 김혁민을 '인민군'이라고 불렀다. 마음에 들지 않는 별명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묵직한 직구를 갖추고도 들쭉날쭉한 제구로 고전했던 김혁민은 올 시즌 '한화의 오른손 에이스'로 성장했다. 시즌 성적 6승7패 평균자책점 3.66. 최근 5경기에서는 4차례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한 감독은 "지난해까지 혁민이가 어깨로만 던지려 했다. 손목을 이용한 투구를 주문했더니 제구가 잡혔다. 변화구 구사도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그리고 '보문산 전투기'란 별명을 하사했다. 김혁민을 한화의 오른손 에이스로 인정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