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동 메달을 목에 건 올림픽 스타들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높아진 인기를 온몸으로 만끽하고 있다. 지상파 3사 예능 프로그램은 기성용·진종오·김재범·양학선 등 올림픽 기간 내내 화제를 몰고 다닌 스타들에게 러브콜을 보내 높은 시청률로 보답 받았다. 하지만 스타들의 이름값에 기댄 막무가내식 연출로 본전도 뽑지 못한 프로그램도 있다. 올림픽 분위기가 이어진 폐막 후 2주 동안의 예능 프로그램 성적표를 돌아봤다.
▶금메달…SBS '힐링캠프'
런던 올림픽 축구 한·일전 승리의 주역인 기성용을 모셔왔다. 섭외만으로도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한 발 앞섰다. 기성용이 출연한 20일 시청률도 평균 시청률의 두 배에 달하는 12.5%로 껑충 뛰었다. 기성용이 귀국 후 프리미어리그 이적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도 시청률에 도움이 됐다.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리머니' 등 한·일전 승리 에피소드도 풍부했다.
고소영·이효리·싸이 등 톱스타를 불러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 이날 방송에서도 이경규·김제동·한혜진 등 MC들이 기성용의 마음 속에 파고들어 이야기를 끌어냈다. 기성용은 화제가 된 시합 중 눈싸움에 대해 "상대 선수가 처음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욕은 입에 착 달라붙는 한국 욕을 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구자철과의 에피소드도 신선한 재미를 안겼다. 구자철이 여자 친구가 있는 것 같다고 폭로하는가 하면, 구자철의 별명은 구글거림(구자철+오글)임을 소개하기도 했다. 춤을 잘 춘다는 소개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화려한 골반댄스를 선보였다.
'힐링캠프'는 올림픽 기간에도 런던으로 출동하는 순발력과 기동력을 자랑했다. 예능 프로그램 최초로 진종오·송대남·김재범 등 메달리스트와의 현장 인터뷰에 성공하며 ‘발 빠른 예능’의 진수를 보였다.
▶은메달…SBS '고쇼', 동메달…KBS 2TV '해피투게더'
시청률 부진에 허덕이던 '고쇼'와 시청률 정체를 겪던 '해피투게더'는 올림픽 스타의 출연으로 한 숨 돌렸다. 특히 MC 고현정의 이름값 빼고는 볼 것이 없다던 '고쇼'는 메달리스트의 출연으로 오래간만에 활력을 되찾았다. 시청률도 평균 5~6%대에서 두 자릿수 시청률(10.5%)로 뛰었다.
올림픽 폐막 사흘만에 전파를 타, 열기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었다는 분석. 국민적 스타로 떠오른 '도마의 신' 양학선 효과도 톡톡히 봤다. 양학선에게 금메달을 안긴 '양2' 기술의 탄생 비화를 공개했고, 양 선수는 셔플 댄스를 추며 남다른 끼를 선보였다. '불운의 스타' 유도 조준호와 펜싱 신아람의 출연도 반가웠다. 유도 역사 사상 최초의 '심판진 뒤집기 판정'으로 결승전 진출이 좌절된 조준호는 "승부에 굴복하지 않으면 다음에 나오게 될 선배 김재범과 송대남의 판정에도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밝혀 시청자의 눈시울을 붉혔다. '1초 오심'에 눈물을 삼킨 신아람의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1초라는 시간이 그렇게 오래 갈 줄 몰랐다"고 회상했다.
방송 이후 '고쇼' 시청자 게시판에는 '‘오디션 토크쇼’는 여전히 별로지만, 처음으로 '고쇼'를 보면서 재미를 느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피투게더'도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진종오와 '4차원 사수' 김장미 등을 초대해 2% 가까운 시청률 상승효과를 봤다.
▶노메달…MBC '나는 가수다' SBS '자기야'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다. 화려한 재료를 모아놓고도 요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26일 방송된 '나는 가수다'에는 김재범·신아람·원우영·정진선 등 선수들이 '특별 평가단' 자격으로 참여했다. 고별 가수전에 나선 가수들을 응원하는 역할. 공연을 지켜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가수들 뒤에 서서 병풍 역할만 하고 갔다. 공연의 내용과 올림픽과는 전혀 무관해, 바쁜 선수들을 꼭 출연시켜야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펜싱 금메달리스트지만 국민에게는 덜 알려진 원우영·정진선 선수에 대한 배려도 찾을 수 없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어이가 없다. 올림픽 스타들이 출연한다고 하더니, 말 한 두마디 시킨 게 전부다. 배려가 부족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시청률도 전주 5.6%에서 4.6%로 오히려 떨어졌다.
복싱 은메달리스트 한순철이 출연한 '자기야'도 시청률이 8.2%에서 6.7%로 하락했다. 프로그램 성격상 자극적인 내용들에 매달린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설명. '속도위반 결혼''아내의 치아 교정과 네티즌의 악플' 등의 에피소드는 감동을 기다린 시청자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