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내가 교회에 가기 위해 준비를 한다. 화장은 최장 4분을 넘기지 않는다. 아내의 머리카락은 그날의 습도를 알 수 있는 곱슬머리이다. 반곱슬 여성님들의 특징은 화장보다 앞머리 펴는데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산다는 것이다. 뭐 그래봐야 5분을 넘기지 않는 앞머리 펴기다. 그래서 아내는 다른 것은 돈을 아껴도 머리 펴는 고데기는 두 세 개를 갖고 있다. 새로운 제품을 사도 역시 손에 익은 것을 쓰게 되는지라 9년 가까이 쓰던 제품을 더 즐겨 사용한다.
근데 갑자기 아내의 고데기가 얼굴 옆에서 큰 섬광과 연기가 나며 펑하고 폭발을 한 것이다. 너무 놀라 가족 모두 당황하는데 정작 아내는 침착하다. 역시 남의 생니를 뽑는 여자답게 말이다.ㅎ 급히 화장실로 가서 찬물로 씻어보니 화상이 제법 크다. 피부는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그걸 본 울 엄니. “주님이 도왔다! 눈에 안 튀다니!!” ㅎㅎ 엄니 중요한 것이 그게 아니잖유.
암튼 다음 날 업체에 침착하게 전화해서 매직기가 터졌다고 말했다. 그러자 친절하게 치료비를 보내드릴 것이라고 말했고 나를 밝히고 사진을 보내자 위로를 하며 신제품을 하나 보내주겠다고 했다. 아~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많은 이들이 식품에서 이물질이 발견 되었는데 업체의 반응에 분노하며 인터넷에 글 올리는 것이 왜 그럴까 싶었는데 이래서 그런거구나. 100% 안전하고 말끔하면 좋겠지만 무엇이건 불량이 있고 오래 사용하다 보면 여러 가지 고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같고 보상금을 바라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일단 소비자에게 대응하는 방법이 잘못되어 있구나 싶었다. 이번 경우에 상담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진료를 하고 진료비 영수증을 청구하면 되는 것이고 만약 치료가 길어지면 담당 보험으로 처리가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것을 여러 업체도 알아야 할 것이다. 요즘처럼 SNS가 발달한 시대에 안일한 대처는 자칫 일이 켜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 생각은 이렇다. 만약 제품의 문제가 발생한 것을 알게 된 업체는 일단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직접 찾아와 사과를 해야 하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리콜 조치나 소비자에게 주의를 할 것을 알려야 한다. 전기압력밥솥, 세탁기 폭발, 노트북 배터리 폭발의 경우를 보면 사고 발생 시 어떤 조치를 취하는가가 기업 경영의 수준차이가 보인다. 안전에 관련된 문제를 두고 이러니저러니 쓸데없는 변명을 늘어놓다 보면 오히려 소비자에게 불신만 쌓이게 된다.
전자 제품의 경우 몇 년간 사용하시다 보면 사용 환경에 따라 위험하다는 것을 올바로 고시하는 것은 어떨까. 그것을 사용 설명서에 개미똥구멍 만하게 어느 부분에 슬쩍 써 넣어 나중에 소비자에게 재판 할 때 유리하게 써 먹으려 하지 말고 진정 소비자를 위한 고지를 하는 것이 옳다. 사실 이번 인터넷을 달군 ‘남희석 아내 고데기 폭발 사고’는 이 업체뿐이 아니라 이런 경험을 한 많은 이들의 글이 인터넷에 있었다. 그러나 그냥 어영부영 지나간 작은 외침 밖에 안된 것 같다.
이번 나의 행동이(트위터에 알린) 어느 회사 하나 엿 먹으라고 한 행동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신뢰를 쌓는 기회로 삼기를 간절히 바란다. 혹시 보상 하실 마음이 있다면 한강성심병원에 어려운 환경에서 화상을 입은 어린이에게 기부하시길^^. 어짜피 계속 그 회사 제품을 쓸 아내라서 말이다.^^
P.S-혹시라도 식품이나 전자제품 불량을 가짜로 만들어 기업 협박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안 생기길. 그거 징역 감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