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윤정환(39) 감독이 이끄는 사간 도스는 지난 1일 감바 오사카를 홈에서 4-1로 대파하며 J-리그 5위로 뛰어 올랐다. 승점 38점을 챙긴 도스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3위 우라와 레즈와 승점 차를 4점으로 좁혔다. 당초 윤 감독이 목표로 했던 강등권 탈출의 꿈은 일찌감치 현실로 만들었다. 이제 도스 선수단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2011년 J-리그 경영 공시에서도 J-리그 1·2부 38개 팀 중 도스의 선수단 연봉 규모는 27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연봉이 약 51억 원이다. 웬만한 K-리그 팀보다 적다. J-리그 1위인 나고야 그램퍼스(312억 원)과 비교해 16% 수준에 그친다. 올해 연봉은 올시즌을 마친 후 공시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특별히 비싼 값을 치르고 영입한 선수가 없는 상황이다. 변변한 훈련장도 없어 시내에 위치한 운동장 세 곳을 번갈아 가면서 쓰고 있다.
그런데도 도스는 연봉에만 200억 원 가까이 쓰는 거인들과 당당히 맞서고 있다. 4일 일간스포츠와 전화통화에서 윤정환 감독은 도스의 수비를 상승세의 비결로 꼽았다.
-이제 시즌 초 목표였던 강등권 탈출은 이룬 것 같은데.
"아직 방심하기 이르다. 그렇게 말할 단계는 아니다. 60~70% 정도 강등권에서 탈출했다고 본다."
-상승세의 비결은 무엇인가.
"그동안 잘 해왔던 것을 계속 하다보니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자신감이 있다."
-기록을 보니 24경기에서 21골을 내줘 최소실점을 기록 중이다.
"현대축구에서는 수비가 안정되어야 공격으로 나갈 수 있다. 우리 팀은 모든 선수들이 수비에 신경을 쓴다. 그렇다고 수비만 하는 것은 아니다. 수비만 한다면 골을 안 먹는 것도 아니지 않나. 지난 시즌부터 선수층의 변화가 없어 조직력이 좋고, 날카로운 역습도 갖추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센터백에 한국인 듀오 김근환-여성혜 라인을 세우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신장이 좋고, 스피드도 뛰어나다. 상대팀 선수들이 경기하기 껄끄러워 한다. 일본에는 피지컬 보다 빠른 공격수가 많은데, 도스의 두 선수를 뚫기가 쉽지 않다. 모두 우리 팀을 껄끄러워 한다."
-선수층이 얇은데 부상 없이 시즌을 이끌고 있다.
"선수시절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평소 훈련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선수들 컨디션에 따라 조절을 해주고 있다. 혹서기엔 훈련량을 많이 줄였다."
-지난 시즌 J2에서 6골을 넣었던 김민우의 득점포가 침묵 중인데.
"자신감이 좀 떨어진 것이 보인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는다. J2에서도 적응이 필요한데 여기는 1부리그다. 올해가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 본다. 경험이 생기고 J1에 확실히 적응하면 터질 수 있다. 올 시즌 어시스트는 충분히 하고 있다. 경기 내용도 좋다."
-김민우가 올림픽에서 탈락한 이후 아픔이 컸을텐데.
"민우는 올림픽 대표팀 발표가 있기 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어린 나이의 선수가 그쪽에 자꾸 신경을 쓰니 발표 전에도 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발표가 나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마음 아팠다."
-어떻게 '힐링'을 해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해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홍명보 감독님이 나라를 위해 데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대표팀은 대표팀이다. 민우는 도스를 위해 뛰어야 한다. 경기에 뛰면 잊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감바랑 경기 때는 도움도 올리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주말 일왕컵도 시작하는데.
"우승을 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리그 운영에도 선수단 전체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 이제 10경기가 남았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릴만 한데.
"그런 것을 욕심 내면 팀에 마이너스가 된다. 실패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 그냥 마음 편하게 한 경기 한 경기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속 이겨나가면 성적은 따라 온다. 지난 시즌 1부로 승격할 때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