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33·전북)과 박주영(27·셀타 비고)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들이다. 이동국은 K-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연일 자신의 손으로 득점기록(129골)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는 A대표팀에서도 92경기에 나와 28골을 기록했다. 이동국보다 여섯 살 어린 후배 박주영은 K-리그 무대에서 91경기에 출전해 33골을 기록하고 해외에 진출했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 아스널로 이적한 후 주전경쟁에서 밀려 다소 주춤했지만, 가진 재능 만큼은 역대 한국의 스트라이커 중에서도 정상급으로 꼽힌다. 박주영은 A매치에서도 58경기에 나와 23골을 꽂아 넣었다.
그러나 대표팀에서 둘이 함께 하면 어수선했다. 허정무 전 감독과 조광래 전 감독은 두 선수의 공존 해법을 찾지 못했다. 두 선수 역할의 최적 배합 비율을 찾는 일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는 것 만큼 복잡한 난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고르디우스 매듭. 프리지아의 왕 고르디우스가 신전에 마차를 묶었는데 매듭을 복잡하게 해놔 아무도 풀지 못했다. 이것을 풀면 '아시아를 정복할 수 있다'는 전설이 내려왔다. 그러나 알렉산더 대왕은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그리고 그는 아시아를 정복했다. 최강희 감독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 이동국과 박주영의 공존 매듭을 풀어야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다.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3차전은 매듭을 푸는 첫 실전 무대다.
◇ 카운터를 노릴 경우-원톱
"두 선수의 최적 조합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고 말한 최강희 감독은 "상황에 따라 전형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과 최종예선 3차전을 갖는 우즈벡은 현재 1무 1패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 공격적으로 나올 공산이 크다. 최 감독이 "60분 정도 버티고 후반에 승부를 거는 것을 생각 중이다"고 말한 이유다. 초반 상대의 날카로운 공세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경우 허리를 두텁게 하는 4-2-3-1 전술을 쓸 공산이 크다. 최 감독은 박주영의 포지션을 미드필더로 분류해 놨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박주영을 쓰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그러나 최 감독 역시 "우즈벡 전술의 핵인 카파제를 막아야 하는데, 동국이와 주영이가 둘 다 수비를 잘 하는 선수가 아니다"고 박주영의 수비력을 우려했다.
◇맞불을 놓는 경우-투톱
5일 우즈벡으로 합류하는 유럽파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을 경우 최 감독은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전북 현대를 이끌 때 '닥치고 공격(닥공)'으로 성공신화를 써낸 최 감독에게 수비는 체질에 맞지 않는다. 최 감독는 4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골목에서는 먼저 때리는 사람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선제골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이동국이 앞선에 서고 2선에 박주영을 배치할 공산이 크다. 카파제 수비는 박주영이 맡지만 허리진에 나올 기성용과 하대성(박종우)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 약점이다. 또 이동국과 박주영이 투톱으로 호흡을 맞출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도 의문이다.
◇변수는 구자철 부상과 이근호
이 와중에 공격형 미드필더이면서 수비력까지 갖췄던 구자철이 인대 부상으로 쓰러진 것은 타격이 크다. 구자철이라면 공격력이 떨어지지 않고 카파제를 봉쇄할 최고의 카드였다. 최 감독은 "수술을 하면 3개월, 재활을 하면 6~8주 동안 뛸 수 없다고 한다"며 "사실상 올해 A매치에는 부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최 감독은 "비보(슬픈 소식)가 아니다. 좋은 미드필더가 많다"고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 이어 "이근호도 가운데에 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가 가운데로 올 경우 '이동국 원톱'을 쓸 가능성이 높다. 쿠웨이트 전처럼 이동국을 최전방에 세워 놓고 왼쪽 측면으로 박주영을 돌리는 방법이다. 박주영이 측면으로 나올 경우 제 기량을 보이지 못했다는 약점은 있다. 박주영 역시 김보경, 이청용, 이승기 등 측면 자원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