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좋은 야구장 없이 야구 인기 유지 못 해”



푸근한 말투와 친근한 인상. 그러나 야구발전을 위해서라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허구연(61)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위원장(일간스포츠 및 MBC 해설위원)이 뜻 깊은 상을 수상했다. 그는 지난 3일 열린 제39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프로야구팀(청보) 감독을 거쳐 30년 동안 해설위원으로, 행정가로 활약하며 야구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프로야구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한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지난 2일 일간스포츠 편집국에서 만난 허 위원장은 "좋은 야구장 없이 야구의 인기를 유지할 수 없다"며 따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가장 인상에 남는 중계는.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나온 유두열의 역전 3점 홈런과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날린 한대화의 역전 3점 홈런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전과 쿠바와의 결승전이 떠오른다. 이번 런던 올림픽을 보면서도 금메달이 얼마나 따기 어려운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더라."

-야구인 중 유독 인프라를 강조하는데.

"좋은 야구장 없이 야구 성행과 인기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호인부터 프로야구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도 이젠 돔구장이 정말 필요한 때다. 광주와 대구구장이 신축 중이거나 건설 예정이어서 다행이다."

-KBO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위원장의 역할은.

"전임 유영구 총재님의 제의로 인연을 맺어 3년 3개월째 보직을 맡고 있다. 교수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 그룹들과 야구 발전 방향이나 전문성을 조언하고 정부 부처 등에 필요한 야구장 건립 메뉴얼이나 야구장 백서, 야구 발전 보고서를 발간한다. KBO 사무국의 역할이 미치지 않는 야구단 창단과 야구장 건립 등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신생팀 창단에 적극적인 이유는.

"지난 30년 동안 프로야구가 발전하는데 8개 구단의 공이 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야구를 스포츠 산업으로 발전시켜 접근해야한다. 9~10구단이 생겨 연고 도시들이 장기 임대를 통한 신축구장 운영권과 광고권 등을 제공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야구만 해온 후배들의 취업률이 너무 좁다. 6~7년전만 해도 프로야구 지명률이 6.5%에 불과했다. 전국이 일일 생활권인 우리나라의 특성에 비춰본다면 10구단까지는 괜찮다고 본다. 문제는 모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 경영 의지를 지녀야한다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야구계 구도는 뭘까.

"2군 또는 3군이 활성화 되고, 독립팀까지 생겨 프로와 직장 및 동호인 야구를 함께 발전시키는 구조가 가장 바람직할 것 같다. 프로뿐만 아니라 중·고교를 비롯한 리틀야구까지 저변 확대에 주력해야한다."

-정치계에서도 러브콜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오래전부터 있었다. 야구계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 모두 마무리 되면 체육계를 위해서 한번 고려해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랫동안 제도권 밖에서의 외침이 공허하다는 것을 느껴왔다. 대선을 앞둔 각 당의 후보자들이 잘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꿈은 무엇인가.

"해설하는 동안 복합 돔구장과 동호인,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야구장과 야구 놀이터가 제대로 갖춰지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개최하는 것을 보는 것도 꿈이다.”

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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