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포스팅 시스템’,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포스팅시스템,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한화 류현진(25)과 삼성 오승환(30)이 올 시즌 뒤 해외진출 자격을 얻으면서 벌써 이런저런 말이 많다. 둘은 포스팅시스템(공개입찰제도)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로 갈 수 있다. 류현진은 지난 2일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말은 안 했지만 오승환도 해외 진출에 대해 "어떤 선수가 꿈이 없겠나"라며 간접적으로 속마음을 드러냈다.
선수는 7시즌을 채우면 포스팅시스템 자격을 얻는다. 시기적으로 9년을 뛴 뒤에 주어지는 FA(자유계약선수)보다 선수에게 유리하다. 문제는 포스팅시스템이 자격일 뿐 권리는 아니라는 점이다. 구단의 허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조건이 붙는다. 구단이 놔주지 않으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5일 오승환의 시즌 뒤 해외 진출에 대해 "구단에서 보내주겠나. 난 OK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선동열 KIA 감독도 같은 날 "류현진을 보내고 싶은 감독이 있겠나"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한화 신임 감독으로 어떤 분이 오실지 모르겠지만 승낙하지 않을 것"이라고 두 사령탑은 입을 모았다.
모 구단 감독은 "100연승을 해도 오늘 지면 분하고 화가 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구단과 감독 입장에서 특급 선수를 붙잡고 싶은 건 당연하다.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해외로 나가고 싶은 선수는 속만 태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시즌을 채운 KIA 윤석민은 선동열 신임 감독의 만류에 따라 미국 진출을 미뤘다.
포스팅시스템에선 해외 구단이 제시하는 이적료가 관건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선수가 구단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게 어렵다. 지금까지 구단이 OK 사인을 내 포스팅을 통해 자신의 몸값을 확인해본 선수는 진필중·이상훈(이상 은퇴), 임창용(야쿠르트) 고작 3명뿐이다. 웬만한 선수는 2년 뒤 FA 자격을 염두에 두고 입찰 시장에 나가지 않는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하면 구단간 이적료가 발생해 선수가 받는 연봉이 낮아지는 단점이 있긴 하다. 투자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보통 '투자 총액'을 정하고 이적료와 선수 연봉을 나누기 때문이다. 그래도 선수는 나가고 싶다. 한 선수는 "해외 구단과 보통 2~3년 계약을 한다. 나만 잘 하면 9~10년차 때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 빨리 나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는 구단의 반대다. 가고 싶어도 구단에서 잡을까 애초에 꿈을 접는 선수가 많다. 포스팅시스템은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은 선수와 그 선수를 보유한 구단이 동상이몽을 시작하는 지점이다. 칼자루는 구단이 쥐고 있다. 포스팅 해외진출 사례가 지금까지 하나도 없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한 야구 전문가는 "포스팅으로 해외진출 자격을 얻게 되는 선수들은 '희망 고문'만 당한다. 포스팅 제도가 무슨 쓸모가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포스팅시스템은 야구규약 103조 2항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처음으로 출장선수로 등록된 후, 7시즌에 도달한 선수는 구단의 요청에 의하여 총재는 해외진출을 허가할 수 있다'에 따른 것이다. 마지막 개정 일자는 1999년 2월4일이다.
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