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본다면 이동국과 박주영의 공존 해법을 차분하게 찾아야 한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지휘했던 김호 일간스포츠 해설위원의 생각이다.
11일 우즈베키스탄과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3차전을 앞둔 대표팀의 가장 큰 화두는 이동국과 박주영의 공존이다. 따로 떼놓으면 모두 훌륭한 공격수지만 함께 붙여 놓으면 역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7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실시한 대표팀의 첫 전술 훈련에서 이런 고민을 엿볼수 있었다.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을 원톱에 넣고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왼쪽부터 김보경, 이근호, 이청용을 포진시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하대성과 기성용이 짝을 맞췄고, 포백은 윤석영, 곽태휘, 이정수, 고요한이 나란히 섰다. 박주영은 비주전팀에 포함됐다.
최강희 감독은 "우즈벡 수비형 미드필더 카파제를 막아야 하는데, 이동국과 박주영을 함께 쓸 경우 수비력에 문제가 생긴다"고 걱정했다. 그래서 박주영을 빼고 활동량이 많은 이근호를 이동국의 밑에 포진시켰다. 이동국과 박주영은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들이다. 그러나 2006년 박주영이 A대표팀에 발탁된 이후 아무도 두 선수의 조합을 맞추지 못했다. 얽히고 설켜 아무도 풀지 못했다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같은 한국 축구계의 난제였다. 이날 박주영을 비주전 팀으로 돌린 것은 알렉산더 대왕이 매듭을 단칼에 자르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상생의 길을 찾는 대신 한 명을 벤치에 앉힌 것이다.
그러나 김호 해설위원은 "멀리 봐서 둘의 조합은 꼭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큰 경기에 강한 박주영 카드를 버리면 안 된다"고 운을 뗀 김호 해설위원은 "이동국을 쓰고 싶다면 둘의 호흡을 계속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선수를 동시에 쓸 땐 수비력이 약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호 감독은 “해법이 있다”고 했다. 꼭 이동국과 박주영이 나란히 가운데 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원톱에 이동국, 박주영이 측면 공격수를 맡고 활동량이 많은 이근호가 중앙 미드필더가 된다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호 해설위원은 이동국이 원톱일 경우 박주영을 왼쪽에 세우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박주영은 왼쪽에서 돌파도 좋다. 또 이동국과 위치변화를 통한 조합도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 수비에 더 부담을 줄 것이다"고 분석했다.
한 번의 전술 훈련으로 박주영이 선발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다. 김호 해설위원은 "두 선수가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공존이 가능하다"며 "함께 뛴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계속 발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1일(한국시간) 오후 10시 타슈켄트의 파크타코르 센트럴 스타디움에서 우즈벡과 최종예선 3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