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우는 지난달 경북 경산시에서 열린 2012년 한국 스페셜올림픽 여름 대회 육상 종목에서 멀리뛰기 부문 금메달, 제자리 멀리뛰기 부문 은메달을 땄다. 사실 대회 둘째날인 지난달 17일 경산생활체육공원 육상경기장에서 만난 임상우의 표정은 어두웠다. 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오른 무더운 날, 하루 종일 밖에 서 있다보니 많이 지쳐있었다. 어찌나 더운지 오전에 제자리 멀리뛰기 예선에서 1위를 기록한 임상우는 오후에 있는 멀리뛰기 경기는 나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하지만 참가하지 않았으면 큰일날 뻔했다. 멀리뛰기에서 3m75를 기록, 금메달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임상우를 가르치고 있는 안동영명학교 김동일 체육교사는 "경기에 나가지 않겠다는 상우를 달래서 내보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쁘다"며 "상우는 뛰기 종목에 재능이 있다"고 칭찬했다.
김 교사의 말처럼 임상우는 '뛰기의 달인'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육상을 시작했지만, 중학교 과정에 들어오면서 멀리뛰기와 높이뛰기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임상우는 뛰기에 유리한 몸을 가지고 있다. 아직 열 여섯 살인 임상우의 키는 178㎝다. 지금도 키가 계속 자라고 있다. 반면 몸무게는 65㎏으로 호리호리하다. 큰 키, 마른 몸은 뛰기 종목에 적합하다. 김 교사는 "상우는 달리기 속도도 빠르지만 단거리 선수가 되려면 살이 좀 더 붙어야 한다"며 "많이 먹는 데도 살은 안 찌고 대신 키가 커서 멀리뛰기나 높이뛰기를 하는 게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임상우는 지난 2009년부터 대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1년에 장애학생체육대회, 영남지역 스페셜올림픽, 전국 스페셜올림픽, 경상북도 장애인생활체육대회 등 4개 대회에 참가하는데 보통 3~4위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1~2위에 올라 메달도 많이 획득했다.
김 교사는 임상우가 '팔 쓰는 법'이 좋다고 칭찬했다. 멀리뛰기의 경우, 도움닫기에서 팔을 당겨 도약해야 좋은 성적이 나온다. 그런데 상우는 본능적으로 팔을 당겨서 뛰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김 교사는 "다른 아이들에게는 여러 번 설명해줘도 팔을 당기는 법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상우는 바로 따라했다"고 놀라워했다.
임상우에게는 집중력도 있다. 무엇이든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한다. 안동에서 하우스 농사를 하고 있는 아버지 임재섭(52)씨는 "상우가 손으로 하는 놀이는 굉장히 좋아한다"며 "특히 종이접기로 큰 모형을 만드는 걸 즐기는데 원하는 걸 만들 때까지 몇 시간동안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중력은 임 군의 뛰기 운동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육상부는 학교수업이 끝난 후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훈련을 한다. 자세연습, 웨이트 트레이닝, 등산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지칠 법도 한데 상우는 묵묵히 훈련에 임한다. 그만큼 임상우는 뛰기 종목에 애착이 있다. 그는 이날도 "점프할 때가 가장 신난다"며 먼저 나서서 직접 멀리뛰기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임상우는 육상 선수 출신이던 어머니를 닮았다. 아버지 임씨는 "세상을 떠난 아내가 육상을 했다"며 "네 살 터울인 상우의 형도 대학에 가기 전까지 육상과 배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신장병을 앓던 임상우의 어머니는 지난 2007년 눈을 감았다. 이후 아버지가 상우를 비롯해 2남1녀를 홀로 키워냈다. 임씨는 "상우가 남들과 달라 아내없이 키우는게 힘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임상우는 9세 아이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다. 임상우는 세 살 때 경기를 자주 일으켰는데 병원에 가보니 뇌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한 달 동안 입원해 약물치료를 하며 경기 증상은 사라졌지만, 뇌가 손상됐다. 아버지 임씨는 "조금만 일찍 치료했더라면 괜찮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아들 상우의 치료와 아내의 투병생활로 가계도 어려워졌다. 기초생활수급자라고 밝힌 임씨는 "그나마 정부의 지원으로 상우가 지적장애 특수학교에도 다닐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임씨는 상우의 생활교육만큼은 직접 챙겼다. 임씨는 "항상 대답할 때 우물쭈물하지 말고 자신감있게 말하라고 교육시켰다. 또 사람들에게 인사를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에 임상우는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유명하다.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친구들하고도 친하게 잘 지낸다. 성적도 반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육상을 하고 부터는 성격이 더 밝아졌다. 아버지 임씨는 "운동하기 전에는 다소 난폭한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순해졌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도 "학교 대표로 대회에 나가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졌다. 그게 자신감으로 연결돼 학교생활도 더 좋아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