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였던 힐스보로 참사에 대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사과했다.
영국 언론들은 13일(한국시간) 일제히 '힐스보로 독립 패널'(Hillsborough Independent Panel)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전했다. 무려 45만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영국 경찰이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것과 사망자 96명 중 41명이 제때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실 등이 담겨있었다. 이 보고서는 영국 하원에 제출됐으며, 13일 공개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힐스보로 참사는 1989년 4월 15일 잉글랜드 셰필드의 힐스보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FA컵 준결승 경기에서 경기장 입구에 엄청난 팬이 몰려들어 무려 96명이 질식해 사망하고 700여명이 다친 대형 사고였다. 당시 사고로 영국 축구는 각 경기장에 입석(스탠딩석)과 음주를 금지시키고, 훌리건들을 적극 진압하는 개혁을 단행해 영국 축구 문화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 경찰들은 경기장 안전 관리 과정에서 부주의와 실수가 있었음에도 이를 조작해 참사의 책임을 축구팬들에게 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응급 조치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나 더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캐머런 총리는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와 나라를 대표해 지금껏 바로 잡히지 않은 채 오랫동안 남겨졌던 부정의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면서 "23년동안 고통을 받았을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정식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에드 밀리번드 영국 노동당 당수는 "23년만에 이 일이 밝혀진 데 대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면서 총리에게 이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