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숙녀의 품격'이다. 사랑과 이별, 성공과 좌절을 경험하고 세상 어떤 일에도 미혹되지 않는 불혹의 나이를 넘긴 40대 여배우들이 전성시대를 이루고 있다.
최근 '신사의 품격' '추적자' 등을 통해 '아저씨돌' '꽃중년' 등으로 불리며 40대 남자 배우들이 화제의 중심에 선 데 이어 불혹의 여배우들도 질세라 '중년 시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주인공의 엄마 혹은 뒷방 신세로 전락하고도 남을 나이지만 결혼과 출산 후에도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40대 여배우들은 누가 있는지, 그들의 남다른 생존 비결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브라운과 스크린 모두 점령
악역으로 돌아온 채시라(44)는 SBS 주말극 '다섯손가락'에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으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극 자체는 티아라 은정 하차와 표절 논란으로 구설에 시달렸지만 채시라는 이에 흔들리지 않고 이중적인 캐릭터에 완벽 빙의,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현모양처와 악녀의 표독스러움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신들린 연기에 주지훈, 지창욱, 진세영 등 젊은 연기자들의 부족한 부분이 커버된다는 평가다.
'신사의 품격'에서 '꽃중년 4인방'의 첫사랑으로 등장했던 박주미(40)는 KBS '대왕의 꿈'에서 신라 최초의 여성 군주 선덕여왕을 연기한다. 아름다운 외모 뿐 아니라 어진 성품과 총명함으로 신망과 사랑을 받은 신라 최초의 여성 군주인 만큼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요구되는 캐릭터. 8회분부터 등장하지만 벌써부터 그녀의 완벽 연기에 촬영장 스태프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10월 방송 예정인 SBS 주말극 '내 사랑 나비부인'에선 염정아(40)가 타이틀롤 남나비 역을 맡는다. 안하무인 톱스타였지만 사고로 안티팬을 갖게된 남나비의 좌충우돌 시집살이를 연기할 예정. 여기에 영화 '간첩' 개봉을 앞둬 브라운관 뿐 아니라 스크린까지 점령할 기세다. 이밖에 '피에타'의 조민수(47)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으로 재조명 받고 있으며, 5년만에 충무로에 돌아온 이미연(42)은 '회사원'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뛰어난 연기와 세련된 감각
그 동안에도 김희애, 김남주 등 불혹을 넘긴 여배우들이 세련된 감각과 안정적인 연기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요즘처럼 40대 배우들이 봇물을 이뤘던 적은 없다.
이처럼 불혹의 배우들이 돋보이는 것은 나이에 대해 비교적 관대해진 사회적 분위기와 이들의 독보적인 연기력 덕분. '신사의 품격' '각시탈' 등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 탤런트 김정난(41)은 "40대는 여배우에게 있어 눈빛이 깊어지는 나이"라며 "좀 흠집이 났어도 갖다놓으면 멋지고 품격이 있는, 손때 묻으면 더욱 빛을 발하는 골동품과 같다"고 40대 여배우의 존재감을 설명한 적이 있다. 선덕여왕 신창석 PD 역시 "과거 드라마 선덕여왕을 연기했던 30대 이요원과 비교할 때 40대 박주미가 더 세련되고 우아해 보일 것"이라며 불혹의 나이를 찬양한 바 있다.
SBS 특별기획 총괄 김영섭 CP는 "40대 이상의 배우들은 안정된 연기에 연륜까지 갖추고 있다. 양질의 이야기를 원하는 시청자들도 이들 덕분에 드라마를 믿고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일리스트 인트렌드 정윤기 대표는 "40대 여배우들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제일 아름답게 표현하는 법을 알게 마련"이라며 "20, 30대 못지 않은 몸매 관리와 세월이 주는 관록이 40대 배우들을 어느 역할에도 어울리게끔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