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창단한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17일 트라이아웃(공개 선수선발)을 실시했다.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아침부터 비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선수들의 열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고양에서 열린 트라이아웃에는 만 18세(94년생) 이상·대한야구협회 선수등록 6년 이상의 조건을 갖춘 101명에게 도전 기회가 주어졌다. 선수들은 형형색색의 각자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는 의지는 하나같았다.
오른손 투수 이시몬(29)은 미국 프로야구 경력이 있다. 그는 2007년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거를 꿈꾸며 한 시즌을 보낸 뒤 방출됐다. 이후 미국 사회인 야구 트레이너로 생활하면서 한국 무대를 노크했다. 2009년 모교 인하대에서 훈련하다 김성근(70) 당시 SK 감독의 눈에 띄어 SK 공개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그는 “스트라이크를 하나도 못 넣었다. 제구가 엉망이어서 떨어졌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다시 야구를 하고 싶어서 도전하게 됐다. 김성근 감독님 밑에서 야구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서 “훈련량이 많다고 들었는데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1998년 OB(현 두산)에 입단한 사이드암 유병목(33)은 2000년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2002년 보스턴 산하 마이너리그 팀과 계약하며 재기를 꿈꿨다. 그러나 한 시즌 만에 팀을 떠나야 했다. 어느덧 서른 중반의 나이. 그는 “다시 야구를 하고 싶은데 나이가 걸림돌”이라고 했다. 지난해 고양 트라이아웃에서 고배를 마신 그는 “올해 몸이 더 안 좋다. 안 될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이를 악물었다.
내야수 송형민(25)은 대학 졸업 후 2010년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고양이 자리 잡는 걸 보자 다시 한 번 길을 열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다시 야구를 한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 반응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에서 주전 유격수로 뛰었다. 내야 어느 포지션이든 자신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재일교포 안휘건(21)은 일본 조사이대에서 투수로 활약했다. 인터넷을 통해 고양이 선수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가했다. 아버지와 함께 한국땅을 밟은 그는 “한국 야구를 공부하고 싶어서 지원했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그는 “포크볼이 장점이다. 나는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선수출신 트라이아웃은 19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참가한 선수 중 몇 명이나 고양 유니폼을 입게 될 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회와 희망은 분명 존재한다. 고양은 올 시즌 프로선수를 5명이나 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