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와 구혜선 등 연출자로 나선 배우들이 속속 작품을 들고 대중 앞에 선다. 각각 연기력 뿐 아니라 스타성까지 인정받으며 자기 자리를 굳힌 배우들인만큼 이들의 '감독선언'에 업계 관계자들과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건 당연지사. 반면에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쉽지 않은 도전을 택한 배우 출신 감독은 누가 있을까.
▶유지태·구혜선 영화 부산영화제서 첫 소개, 정우성은 CF 연출
후반작업을 마치고 첫 상영준비를 하는 대표적인 배우 출신 감독은 유지태다. 장편영화 '마이 라띠마'를 다음달 4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전세계 최초 상영)로 공개한다.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30대 초반 남자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국제결혼을 한 20대 초반 태국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수빈과 소유진이 캐스팅됐다. 2003년 단편 '자전거 소년'을 연출하면서 감독 데뷔선언을 했던 유지태의 첫번째 장편영화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은혜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직접 연출한 단편영화 '뜨개질'을 출품해 눈길을 끈다. 이별의 징후를 갖가지 소품과 인물의 행동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영화제작을 전공하고 있는 윤은혜가 수업중 과제물로 제출하기 위해 만든 영화다. 윤은혜 측이 "감독 데뷔 준비를 하는게 아니라 아직은 관심을 가지는 수준"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영화제 측에서는 "감정을 촘촘하게 쌓아가는 연출력이 탁월하다"며 호평을 내놨다. 아직 습작에 불과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윤은혜가 연출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게 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혜선은 두번째 장편 연출작 '복숭아나무'의 개봉일정을 다음달 31일로 확정했다. 샴쌍둥이를 통해 인간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으로 조승우와 류덕환·남상미 등 스타들이 캐스팅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고 지난 8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도 초청을 받아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조승우가 OST까지 참여해 눈길을 끈다.
정우성은 10월초 공개되는 케이블채널 XTM의 광고 연출을 맡았다. 기획부터 시작해 촬영 전반을 총지휘한 것 뿐 아니라 직접 출연까지 강행하며 '1인 다역'을 소화했다. 2005년 god의 '그대 날 떠난 후로'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면서 감독으로 데뷔한 후 7년여만에 메가폰을 잡게 된 것. 평소 연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이번 작업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정우성도 "기획부터 촬영, 연기를 혼자서 해결하는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거웠던 작업"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중훈도 시나리오 작업을 마치고 촬영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그는 3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투자가 확정돼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다'고 알렸다. 현재 시나리오 작업을 마치고 캐스팅 등 다음 단계에 들어갔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경험에 입각한 연기지도 탁월, 현장운영 미숙 단점도 있어
배우 출신 감독들은 일단 작품을 내놨을때 탁월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영화제 측이 배우 출신 감독들의 작품을 초청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이유 때문. 스타 감독을 현지에 불러와 홍보효과를 누림과 동시에 처음으로 상영기회를 주면서 화제를 모을 수도 있다. '1석 2조'의 이득인 셈. 작품 자체로 봤을 때도 장점이 뚜렷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배우들의 연기를 끌어내는 솜씨다. 직접 연기를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기 배우의 역량을 살려내는 데에는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다.
반면에 단점도 뚜렷하다. 연출자로서의 경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현장 스태프들과의 갈등도 피할수는 없다. 자신의 연출방향을 명확히 이해시키면서 현장을 장악하는게 배우 출신 감독이 가진 첫번째 과제다.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것도 큰 문제다. 영화계 한 관계자도 "'배우가 연출하는 작품은 지나치게 관념에 치우칠 수 있다'는 선입견 때문에 투자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않으려 한다"면서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편영화 등 소품을 미리 완성시켜 연출력을 검증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앞서 유지태와 구혜선도 장편을 만들기 전에 단편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박중훈이 30여년째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인데도 장편영화 하나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선입견에 맞서싸우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CF등을 연출한 정우성도 장편영화 연출의 꿈을 쉽게 이루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배우들의 감독 데뷔가 만만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