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49) KIA 감독은 21일 광주 삼성전을 앞두고 헛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하루만에 1번 타자와 3번 타자, 그리고 구원투수를 잃었기 때문이었다.
톱타자 이용규(27)는 이날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이용규는 밤 사이 복통을 느껴 병원에서 진찰을 한 결과 급성맹장염 진단을 받았다. 이용규는 수술을 시즌 종료 뒤로 미루려 했으나 회복기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의료진의 설명에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복강경 수술은 상처 부위가 작아 비교적 회복기간이 빠르다. 이용규는 일단 22일 목동 넥센전부터 팀에 합류해 출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1일 경기에서는 김선빈이 올 시즌 두 번째로 1번 타순에 자리했다.
외야수 김원섭(34)도 이날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간염을 앓고 있는 김원섭은 올 시즌 개인 최다인 115경기에 출장하며 3할대 타율을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최근 간수치가 높아져 휴식이 필요해졌다. 선동열 감독은 "당분간은 대타로 내보낼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 감독을 가장 허탈하게 만든 선수는 구원투수 손영민(25)이었다. 손영민은 이날 새벽 음주 운전을 하다 정차 중인 차량을 추돌하는 사고를 냈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면허 0.129%에 해당할 정도의 만취상태였다. KIA 구단은 곧바로 상벌위원회를 열어 손영민의 임의탈퇴를 결정했다. 선수의 동의서를 받은 KIA는 곧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할 예정이다. 선동열 감독은 "선수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쉬운 행동이었다"며 "구단에서 징계를 내렸기 때문에 선수단 차원에서는 추가 징계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빠진 선수도 있었지만 돌아온 선수도 있었다. 외야수 김상현(32)과 신종길(23)이다. 지난달 9일 오른 무릎 반월판 연골 손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던 김상현은 다음주쯤 1군에 올라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손영민이 빠지는 바람에 예상보다 빨리 합류했다. 신종길은 손영민과 함께 제외된 이호신을 대신해 1군에 복귀했다. 두 선수는 하루에 1군과 2군에서 두 경기를 치르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이날 함평에서 열린 SK와의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 출전했던 두 타자는 4회까지만 뛴 뒤 서둘러 광주로 이동했다.
김상현은 43일 만의 복귀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2군 경기에서 2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한 김상현은 이날 1군 삼성전 0-3으로 뒤진 6회말 무사 1루에서 중견수 키를 넘겨 담장을 맞히는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지난 18일 광주 두산전 5회부터 이어진 KIA의 31이닝 연속 무득점을 깨는 귀중한 안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