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61) 울산 현대 감독이 경찰청축구단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김 감독은 23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32라운드 부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최근 진행된 경찰청의 실기테스트에 대해 작심하고 분통을 터트렸다.
울산에서는 국가대표 공격수 이근호(27)와 수비수 이재성(24)이 테스트에 참가했다. 당초 이들은 상주 상무에 원서를 내려했지만 상무의 아마추어 전환 발표로 급하게 경찰청으로 마음을 돌렸다. 이들은 지난 14일 지원서를 제출한 뒤, 20일 열린 경찰청 입단 실기테스트에 참가했다.
그러나 이들은 19일 오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전을 치렀다. 사정이 있어도 규정을 지켜야 했던 이들은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상경해 다음날 아침 입단테스트에 참가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경찰청 측은 동등하게 이근호, 이재성을 모든 테스트에 참가시켰다. 전날 경기를 뛴 선수가 이틀 연속 똑같이 체력을 소모해야 했던 상황이었지만 경찰청의 배려는 없었다. 결국 이재성은 연습 경기에서 무리하게 뛰다 오른 허벅지 근육 파열 부상을 당해 올 시즌 남은 경기 소화가 어렵게 됐다. 이근호도 체력 문제로 부산전 출전 명단에서 아예 빠졌다.
김 감독은 경찰청의 무리한 테스트 강행에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재성은 전날 무리한 상황에서 다른 선수들과 그대로 테스트를 시켜 부상 정도가 더 심해졌다. 이 상황에서 얼음 찜질같은 응급 조치가 필요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부상을 키웠다"고 지적하면서 "경기 끝나고 차량으로 이동해 새벽 3시반에 도착해서 잠도 못 자고 곧바로 테스트에 참가했다. 필요한 선수라면 기본적으로 선수를 보호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런 배려가 경찰청에서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허무하게 빠져 안타깝다"고 말한 김 감독은 "시합 때 다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건 좀 아니다"며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