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일본 도쿄 젊은이의 거리 하라주쿠에 위치한 한 선술집. 입구에 국내 주류제조업체 '하이트진로'가 판매하는 소주 광고포스터가 정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일본에서만 판매하는 '프리미엄 진로 오츠'다. 고급스러운 투명 유리병에 담긴 모습이 마치 양주와 비슷하다. 언뜻 보면 양주라고 착각할 정도다.
국내 기업이 만든 소주라는 반가움과 호기심에 주문을 해봤다. 가격은 2800엔. 한화로 4만원에 달한다. 국내 저가 양주와 맞먹는 가격이다. 소주 뚜껑을 따보니 국내 소주와 다른 향이 난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오르고 있는 증류식 소주라서다. 일본에서는 ‘을류소주’라고도 부른다. 잔에 얼음을 하나 띄워 소주를 따른 뒤 홀짝홀짝 마셔봤다. 소주라고 부르기엔 아까운 맛이다. 향과 맛이 뛰어난 칵테일양주와 같다.
일본에서는 소주를 물이나 차에 섞어 마시는 게 일반적이다. 적어도 얼음은 띄운다. 소주를 즐겨마신다는 회사원 기미나미(48)씨는 "일본인들은 보통 소주에 물을 타서 묽게 만들어 마신다. 레몬을 섞어서 마시는 것도 즐기는 편이다"고 말했다. 또 녹차나 우롱차를 섞어마시는 방법도 유행하고 있다. 섞어 마시면 한국인 입맛에는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소주 특유의 쏘는 맛이 없기 때문이다. 소주를 잘 마시지 못하거나 쓴맛이 싫은 사람들에게는 추천할만한 방법이다.
'프리미엄 진로 오츠'가 비싸면 일반 진로 소주도 있다. 술집에서 1680엔(한화 2만4000원)에 판다. 국내 소주 용량의 2배 가량인 700㎖라 두세 명이 함께 마시기에 딱 좋다. 과거 한국 식당에서만 팔던 한국산 소주를 이제는 일본 전역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게 일본 애주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프리미엄 진로 오츠'는 지난해 일본시장에서 전년 대비 130.4%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서 12년 거주한 사업가 장재철(37)씨는 "일본에서 대학을 다닐 때인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 소주를 먹고 싶어 일부러 한국 식당에 갔다. 하지만 이제 일본 선술집에서 쉽게 한국 소주를 찾을 수 있다. 맛은 순하지만 한국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