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첫방송을 시작한 '대왕의 꿈' 최수종을 비롯해 '마의' 조승우 '대풍수' 지성 '전우치' 차태현 등 정통 연기파 배우들이 약속이나 한듯 줄줄이 갓쓰고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안방극장을 찾는다.
상반기에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판타지 사극이 주를 이뤘다면 하반기에는 정통 사극으로 힘을 준다는 점도 눈여겨 볼 점이다. 연이은 사극 열풍 속에 누가 무슨 필살기를 준비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지 살펴봤다.
▲정통 연기파의 귀환
하반기 사극 열풍은 최수종(50)이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8일 시작한 KBS 대하사극 '대왕의 꿈'에서 최수종은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 태종 무열왕 김춘추를 연기한다. '태조왕건'(2000~2002) '태양인 이제마'(2002) '해신'(2004~2005) '대조영'(2006~2007) 등 사극 불패 신화를 이끌어온 그이기에 KBS에서 거는 기대는 각별할 수 밖에 없다. 일부에선 "왕 역할만 단골로 맡는 최수종 때문에 왕건·장보고·대조영 등 역사가 모두 헷갈린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왕의 꿈'의 신창석 PD가 밝힌 것처럼 사극에서 최수종의 존재는 한국 축구계의 박지성이라 할 만큼 대단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0월 1일 시작하는 MBC '마의(馬醫)'에는 조승우(32)가 등장한다. 데뷔 13년만에 처음으로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내는 조승우는 조선후기 실존 인물인 백광현을 연기한다. 천민의 신분으로 말을 고치는 마의에서 출발해 어의(御醫)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춘향뎐' '불꽃처럼 나비처럼' 등 이미 스크린에서 사극 연기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가 첫번째 드라마인 '마의'를 통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성은 SBS 새 수목극 '대풍수' 주인공을 맡는다. '대풍수'는 고려 말 권력의 주변부에 있던 도사들이 난세의 영웅 이성계를 앞세워 조선을 건국하는 이야기. 지성은 뛰어난 분석력을 지닌 도사 지상을 맡는다. 후에 최고의 지리 관상학자로 성장해 이성계를 왕으로 만드는 역할이다. 이제까지 '왕의 여자'(2003) '김수로'(2010) 등에서 왕을 연기했던 그가 이번에는 도사로 변신해 기존의 사극 캐릭터와는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 지도 관심사다.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490만여 관객을 모은 차태현(36)은 오는 11월 방송되는 KBS '전우치'의 타이틀 롤로 캐스팅됐다. '전우치'는 홍길동이 세운 이상국가 율도국의 도사. 친구의 배신으로 아버지처럼 따른 홍길동을 잃고 사랑했던 여인마저 죽자 복수를 위해 조선에 왔다가 얼떨결에 영웅이 되는 인물을 연기한다. 첫 사극영화에서 대박을 친 그가 TV사극에선 어떤 성적표를 낼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왜 정통 사극인가
상반기엔 판타지 사극이 주를 이뤘다면 하반기엔 정통 사극이 트렌드다.
'해를 품은 달' '닥터 진' '인현왕후의 남자' '옥탑방 왕세자' '아랑 사또전' '신의' 등 상반기에 방송된 사극은 모두 판타지를 표방했다. 주인공들도 이제까지 사극에서 잔뼈가 굵은 검증받은 배우들 보다는 김수현·지현우·박유천 등 신예들이 맡아 신선함을 무기로 내세웠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안전을 보장하는 스타들이 등장, 정통 사극으로 브라운관을 채운다.
정통 사극은 제작기간도 길고 제작비도 많이 들지만 시청률이 보장되는 고정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방송사 측에서는 항상 심혈을 기울이는 콘텐츠이기 때문.
SBS 특별기획 총괄CP 김영섭 부국장은 "그동안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사극이 줄줄이 방송되면서 소재와 에피소드가 겹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며 "하반기에는 정통 연기파 배우들과 안정된 스토리 전개로 사극의 참맛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극은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게 강점"이라며 "긴 호흡과 진지한 연기를 요구하는 정통 사극은 그동안 가벼운 판타지물 사극에 염증을 느꼈던 시청자들에게 또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