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종착점은 '정규시즌 우승'이었다. 지난 4월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삼성은 나머지 7개 구단과 비교해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때문에 여러 전문가들은 삼성을 '1강'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무난하게 '정규시즌 2연패' 달성이 유력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시즌은 예상과 달리 흘러갔다.
5월4일부터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화화의 3연전을 루징 시리즈(1승2패)로 마감하며 리그 7위까지 추락했다. 5월 이후 성적으로만 보면 2009년 6월23일, 1048일만의 추락이었다. 하지만 '위기'를 겪는 동안 삼성은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시즌 중반 이후 투타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끝에 결국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쥐었다.
삼성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도 장단 17안타를 몰아치며 9-3으로 이겨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했다. 팀 타율 1위, 팀 평균자책점 1위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걷잡을 수 없이 터지는 타선과 안정된 마운드가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삼성의 올 시즌을 축소판처럼 보여주는 한 판이었다.
▶탄탄한 '방패'를 자랑하다
류중일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우승의 원동력 중 하나는 용병들의 몫이 크다. 둘이서 25승을 합작해줬다"고 공을 돌렸다. 실제 올 시즌이 국내무대 첫 시즌이었던 탈보트는 1일 현재 14승3패를 기록하며 승률 부문 1위에 올라있다. 고든도 11승3패를 거두며 삼성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했다.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외국인 선수들의 선전 속에 장원삼(16승)·배영수(11승)·윤성환(8승) 등 토종 선발진도 좋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한 팀에서 10승 투수가 4명이나 나온 것은 프로야구 역사상 통산 4번째 기록.
홀드 부문 2위에 올라있는 안지만(27홀드)을 비롯해 권혁(18홀드)·권오준(10홀드)·오승환(34세이브)으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조도 우승의 '키' 역할을 해냈다. 류중일 감독은 우승을 확정 지은 후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는데 투수들을 잘 관리해준 오치아이·김태한 코치에게 고맙다"는 말로 올 시즌 삼성이 보여준 막강한 마운드의 힘을 대신했다. 이날 LG와의 경기에서도 선발 정인욱이 4이닝을 던지고 내려갔지만 차우찬-정현욱-권혁-오승환이 나머지 5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팀 승리를 지켰다.
▶매서운 '창'을 자랑하다
삼성의 올 시즌 최대 화두는 일본 진출 후 9년 만에 국내 무대로 복귀하는 이승엽의 활약 여부였다. 그리고 이승엽은 타율 307·21홈런·85타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충분히 해줬다. 기대만큼의 홈런을 터트리진 못했지만 단 두 경기에만 결장(126경기 출장)하는 꾸준함으로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냈다.
비록 최형우가 7월까지 타율 0.246에 홈런 9개를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그 빈자리를 박석민(타율 0.312·23홈런·91타점)이 부족함 없이 대신했다. 그 사이 최형우도 8월부터 타율 0.321에 5홈런 24타점을 몰아치며 클린업 트리오의 역할을 해냈다. 서로간의 시너지 효과가 팀 타율 1위를 만드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류중일 감독은 "전반기에는 (이)승엽이가 잘해줬고, 승엽이가 좋지 않을 때는 (최)형우, 중간에는 박석민이 잘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조동찬(타율 0.297·39타점·12도루)·김상수(타율 0.274·36타점·25도루)가 버티는 하위 타선도 짜임새 있는 모습으로 상대 투수들을 괴롭혔다. 그리고 무엇보다 8개 구단 최고의 베테랑 포수로 꼽히는 진갑용(타율 0.308·6홈런·57타점)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프로 16년차인 그는 2002·2005·2006.2011년 삼성에서 네 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그만큼 상대 타자들의 장단점을 꿰뚫어 수싸움에 능하다. 노련하면서도 안정적인 투수 리딩이 삼성을 팀 평균자책점 1위에 올려놨다.
▶삼성 선수들의 우승 소감
장원삼(투수) "기분 좋고, 중요한 경기가 아직 남았으니까 준비 잘해서 좋은 결과 거두겠다."
정인욱(투수) "계속 도움이 되지 않다가 마지막에 역할을 그나마 해낸 거 같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이지영(포수) "처음이라서 기분이 너무 좋다."
권혁(투수) "작년에 이어서 두 번째인데 나머지 경기도 잘 준비해서 임하겠다."
배영섭(외야수) "처음에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유종의 미를 거둔 거 같아서 좋다."
차우찬(투수) "초반에 부진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잠실=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